내가 처음 일한 곳은 폐수처리장이었다. 그곳은 소똥, 돼지똥, 사람 똥을 분해하고 정화하는 곳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폐수들을 분해했다. 매일 아침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미생물을 키웠다. 분해가 잘 되면 구수한 흙냄새가 올라왔다. 그렇지 않으면 악취가 진동하곤 했다. 악취 냄새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적도 있었고, 손에 묻기라도 하면 일주일 동안 냄새가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비누나 세제로 씻어도 냄새는 그대로였다.
그 이후로 냄새에 예민해졌다. 좋은 건 바람에 실려오는 작은 냄새까지도 알 수 있었지만, 안 좋은 건 손에 무언가를 잡으면 냄새부터 맡는 습관이 생겨났다. 냄새를 맡으면서 그 냄새의 기억까지 상상해본다. 종이 냄새를 맡으면서 내 손에 오기까지 냄새의 기억을 상상한다. 뿌리 깊은 나무가 자라던 깊은 산속을 떠올리며, 울창한 숲 속 향기를 맡아본다.
녹색 탱크 위에 파란색 호스를 감아 놓은 정화조차를 타기도 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도로 위를 달리고 있으면 대부분 차들은 추월해 가기 바빴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밥 먹으러 가려면 먼 곳에 주차하고 걸어가야만 했다. 혹시 고속도로 휴게소라 안심하고 주차해 놓으면,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왜 하필이면 이 곳에 주차하냐!’고 삿대질을 하곤 했다. 이 세상에 공감할 수 없는 존재로 살았다.
나의 유일한 친구는 현미경 속 미생물이었다. 분해하고 있는 미생물을 한 방울 떠서 현미경 위에 올려놓으면 놀라운 세상이 펼쳐졌다. 현미경 렌즈 초점을 맞추면 조금씩 꿈틀대는 미생물 모습이 보였다. 어릴 때 읽었던 그리스 신화에 나왔던 생명체들이었다. 나는 한 없이 작아져,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는 '앤트맨'이 되었다.
신화 속 혼돈의 세상에서 나타났던 ‘왕뱀’의 모습, 수백 개의 눈이 달린 괴물의 모습을 보았다. 그중에서 내가 좋아했던 미생물은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를 가진 미생물이었다. 내 손을 뻗으면 그들의 날개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유롭게 유영하며 다녔다. 그들은 폐수 분해가 정점을 지나 깨끗한 물을 볼 수 있는 신호였다. 온갖 괴물들과 싸워서 이긴 승리의 순간이었다. 그들은 고난의 시간을 이겨낸 슈퍼히어로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문득 '먼 우주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생물의 삶과 죽음을 보고 있듯이. 어쩌면 우주에서 누군가 나를 본다면 나도 찰나와 순간을 살아가는 미생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