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의 기억(4)

by 한빛

(4)

링링은 음식을 가지고 다카히로가 있는 곳으로 왔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는 링링의 책과 그의 핸드폰만 놓여 있었다. 그녀는 그가 피곤해서 다른 방에 들어갔을 거라 생각하고 방문을 열어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혹시 문 밖에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나가보았지만 없었다. 휴대폰을 놓아 두고 숙소로 돌아가지는 않았을 텐데 도무지 그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링링은 다시 테이블에 앉아 다카히로의 핸드폰을 열었다. 액정은 깨져있었지만, 다행히 잠금은 걸려 있지 않았다. 핸드폰 화면은 온통 일본어로 써져 있었다. 그가 분명 한국사람이라고 했는데,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녀는 그가 누구인지 점점 더 궁금해졌다. 또 다른 사진 폴더를 찾았다. 그곳에는 그의 가족사진들이 있었다. 아내와 그의 딸인 것 같았다. 그녀는 최근에 전화한 기록을 찾아보았다. 일본 글이어서 알 수 없었지만 제일 많이 통화한 사람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전화번호를 눌렀다.

"모시모시"

일본인 목소리였다. 그녀는 잠시 당황했지만 중국어로 말했다.

"오늘 아침, 우연히 그를 만난 사람입니다.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가 사라졌습니다. 혹시 그가 어디에 갔는지 궁금해서 연락헀습니다."

"아, 그는 저희 회사 직원입니다. 난징에 출장을 갔는데요. 오후에 미팅 예정입니다. 그곳이 어디입니까?"

"이 곳은 난징입니다. 저는 아침에 그를 만난 링링이라는 작가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곳에 있는 다른 직원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처와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중국어가 유창한 직원이었다. 링링은 전화를 끊고 문자를 보냈다. 그녀는 마당에 있는 우물에 눈길이 갔다. 우물은 오랜 전부터 막아놓았다. 한참 동안 그곳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책 제목을 쳐다보았다.

"난징의 진실"

링링이 쓴 책이었다. 그녀는 엄마가 이야기 해준 난징대학살의 악몽을 잊지 못했다. 엄마는 할머니가 일본군에게 능욕당하고 살해당한 기억을 분노에 떨면서 말했다. 일본군에 의해 삼십만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은 엄마의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다. 엄마는 그 당시 충격으로 목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링링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녀에게 늘 하던 말이 있었다.

"인간을 죽이고 그것을 감추려 하면 신께서는 숨긴 것을 반드시 들추어낼 거야."

그녀는 자신의 책이 엄마의 바램을 실현해주길 바랬다. 그녀의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난징대학살에 대한 자료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구전되어서 내려오던 참혹한 이야기들이 그녀의 책에서 구체적으로 복원되고 사진과 함께 실렸다. 그 책을 본 사람들은 끔찍한 이야기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참담한 흑백 사진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일본은 난징의 끔찍한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 교묘히 위장하고 대학살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삭제했다. 그들의 역사왜곡은 용의주도했다. 존경받는 일본의 역사학자조차도 우익에 가담해 난징의 진실을 부정했다. 그런 일본의 역사왜곡 노력은 그녀의 신념을 더 단단하게 해 주었다. 그녀의 책이 출간되고 많은 일본인은 그녀의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를 괴롭히는 일본인들이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왜곡을 넘어 정신이상에 가까웠다.

"그 당시 일본군은 너무나도 모범적이었다. 일본 조국을 위해 영예롭게 죽은 영혼들은 비방하지 말라"

그들은 지금도 그녀에게 끊임없이 협박 메시지를 보내며 그녀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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