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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May 29. 2017

[우디] '위장 전입'이 문제야?

2017. 5. 29 by 우디




'위장 전입'이 문제야?
by 우디 

1.  이슈 들어가기 

순항을 거듭했던 문재인 정부가 첫 번째 장애물을 만났습니다. ‘위장 전입’이라는 암초인데요.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위장 전입 문제가 불거졌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 예정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내정자 역시 위장 전입을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며, 어물쩍 넘어갈 수 없는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위장 전입 문제가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 관련 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에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탈세, 논문 표절 ‘5대 비리’ 관련자는 공직에서 원천 배제한다고 공약했기 때문입니다. ‘셀프 공약 파기’라는 야당의 비판에 문재인 정부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2. 이슈 디테일

우디: 우선 ‘위장 전입’이란 용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위장 전입이란 말은 사실 공식적인 법적 용어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주민등록법 제37조 3항인 ‘거짓의 사실을 신고’ 한 경우를 지칭하는 것이죠. 주민등록법 37조를 위반하면 실정법 위반으로 간주되고 최고 징역 3년까지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사회통념상 우리는 ‘위장 전입’이란 단어에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위장전입의 목적이 ‘투기’와 고위공직자가 자녀를 ‘강남8학군’으로 보내는 데 있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는 ‘위장 전입=투기 목적, 강남 8학군= 청문회 비판’이란 공식에 익숙했죠. 문제는 ‘위장 전입’으로 공직 자격이 결격된 기준이 ‘들쑥날쑥'했다는 점입니다.


위장 전입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된 건 국민의정부 말기,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부터입니다. [장대환 / 국무총리 후보자(2002년) : 저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취학과 관련해서 주소지를 옮긴 사실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준 여부는 들쭉날쭉합니다. 2007년 자녀 진학 문제로 위장 전입한 이규용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과했지만, 이듬해 박은경 후보자는 낙마했습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겹쳐진 게 컸습니다…….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과 2010년에는 후보자 8명이 잇따라 위장 전입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위장 전입과 불법 증여 의혹 등이 꼬리를 물어 낙마했지만, 바로 다음 달,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고 사과하는 선에서 일단락됐습니다.

[170528/YTN] 청문회 단골 ‘위장 전입’ 결격 사유 ‘복불복’ 


우디: 위장 전입이 큰 문제가 됐던 점은 대부분 투기와 연결된 상황이었습니다. 신규 아파트 신규 분양을 받기 위해서거나, 집을 좀 더 쉽게 팔고 사기 위해서 주소를 거짓으로 신고한 게 문제였죠. 이명박 정부 시절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문제가 된 위장 전입은 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인사에서 문제가 된 위장 전입은 땅 투기 목적 위장 전입과는 ‘의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강경화 후보자의 경우, 유학 중 낳은 큰딸이 한국으로 전학을 오면서 친척 집에 주소를 뒀고, 이낙연 후보자는 미술 교사였던 부인이 강남 지역 학교로 발령을 받기 위해 주소를 옮겼다. 김상조 후보자의 경우, 해외연수 중 우편물 등을 받아두기 위한 목적 등으로 2차례 위장전입을 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이들 세 후보 모두 부동산 투기 등 부정한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강 후보자에 대해선 지명 당시 위장전입 사실을 선제적으로 공개했지만 김 후보자의 경우 공개를 생략했다. 임 실장은 이에 대해 “비난받을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그러면서 “후보자가 가진 자질과 능력이 관련 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 현저히 크다고 판단하면 관련 사실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70526/한겨레] 고위 공직후보 위장전입 잇단 논란...고개 숙인 청와대


우디: 이와 관련해서 임종석 비서실장은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르듯 관련 사실을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우원식 원내대표가 나서서 야당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위장 전입 문제를 고려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란과 관련해 “이익을 위한 위장전입과 생활형 위장전입은 다르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높은 국정지지율에 담긴 뜻은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나라를 빨리 만들어달라는 것인데 긴 국정 공백을 메울 인준의 처음부터 난맥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역지사지 해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다섯 가지가 후퇴했으니 야당의 주장도 이해가 된다”면서도 “발표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하긴 했지만 전례 없이 국민과 국회에 사과를 했으니 문 대통령의 뜻을 대승적으로 수용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과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170528/서울경제] 우원식 이익을 위한 위장전입과 생활형 위장전입은 달라


우디: 문재인 정부와 문재인 지지자들에게는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유독 문재인 정부에만 지금까지와 다른 유달리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점인데요. ‘도덕의 청렴성’은 상대적으로 진보가 보수에 보다 선점했던 전유물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생각합니다. 막상 진보 정권이 국정 운영대를 잡고 지금까지 자신들이 도덕성 자질로 비판했던 보수 야당들의 집중적인 평가 대상이 되다 보니까 어디까지가 용인할 만한 ‘선’이고 어디까지 ‘범법’으로 봐야 할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조선일보는 이렇게 논평했습니다.


임 비서실장은 "(결격 사유의)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그리고 시점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후보자 자질·능력이 (결함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판단하면 사실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총리 후보에 대해선 사전에 파악도 안 된 듯하다. 임 비서실장은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히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세상을 선·악 이분법으로 보고 자신들만 선(善)이라는 독선은 운동권 학생은 가질 수 있지만 정부 책임자에겐 금물이다. 세상과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새 정부 인선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은 비상 대선으로 출범한 새 정부가 빨리 안착하기를 바라고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과거에 민주당으로부터 당한 감정이 있겠지만 지금은 대승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다. 다른 의혹들이 나오지 않는 한 새 정부의 빠른 출발을 위해 협조할 것은 해야 한다.

[170527/조선일보] [사설] 청 위장전입 사과, 야도 정부 출범 협조를



3. 필진 코멘트

후보 시절부터 청렴함을 앞세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덕성 문제'는 야당에겐 좋은 시빗거리입니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먼저 도덕성과 관련된 인사 문제는 ‘선 공개’를 하면서, 국민에게 먼저 이해를 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듯합니다.


역대 정부에서 비서실장이 인사 문제와 관련해 국민에게 직접 사과를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임종석 비서실장의 사과는 분명 높이 평가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와 동시에 국민이 허용 가능한 ‘도덕성의 레드라인’을 잘 살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게 높은 기대를 갖고 있는 것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높은 기대는 오히려 더 큰 실망감과 배신감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초반 주도권을 놓친 이유입니다. 야당은 이점을 놓치지 않고 이용하겠죠.  


확실한 건 털어 버릴 게 있으면, 빨리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기회로 ‘위장 전입에 대해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 나아가 ‘청문회의 낙마 기준을 어디까지로 잡을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같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공직자를 검증하는 청문회가 정권마다, 인물마다 인사 기준이 달라지는 ‘복불복 청문회’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by 우디

j.woojun5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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