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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Oct 25. 2018

[키다리] 심신미약(주취감경) 감형 폐지

2018. 10. 25. by 키다리


심신미약(주취감경) 감형 폐지
by 키다리

1. 이슈 들어가기  

최근 벌어진 PC방 살인사건으로 젊은 청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피해자는 사장에게 보고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음에도 죽음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청년의 상황이었더라면 어땠을까요? 무언가 차이가 있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부분 저런 일련의 행동 등을 취하며 사건을 최대한 수습하려 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내가 될 수도,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더욱 크게 분노하고 애도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이후 피의자의 부모는 우울증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국민정서상 심신미약자로 인정받아 형을 감형받기 위한 꼼수라고 대부분이 생각할 것입니다.(부모가 자식이 조금이라도 덜 감옥에서 살다가 나오길 바랄 순 있습니다. 그 마음까지 나무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국민들이 청와대에 새로이 청원을 넣어 심신미약자 감형 폐지를 목놓아 외치고 있지만 이는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과거 조두순 사건 때도 이처럼 국민의 분노가 들끓었음에도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 이슈 디테일

심신미약이란

우리나라 형법 제10조 1항에서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제 10조 2항에서는 그 정도가 약한 자는 처벌 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1항과 2항 각각 심신상실과 심신미약 상태를 가리킨다.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은 간단히 얘기해 판단력과 결정 능력이 아예 없거나 흐려진 상태를 말한다. 이 단어는 법률상 용어로 의학적인 판단이 아닌 법률적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즉, 의사가 "이 사람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므로 심신미약입니다"라고 진단을 내려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정황과 증언, 그리고 의학적 감정과 소견을 통해 그 사람이 범죄 당시 판단력과 의사 결정능력이 없었는지를 판사가 결정한다.

[2018-08-07/조선일보]심신미약이 뭐길래, 김양은 집착하나


심신장애로 인한 책임능력을 규정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① 생물 학적 방법, ② 심리학적 방법, ③ 혼합적 방법이다. ①은 행위자의 비정상적인 생물학적 상태를 기술하고 그러한 상태가 있으면 바로 책임능력을 부인하는 방법이다. 프랑스형법(1810년) 제64조,2) 미국의 Durham Rule, 영국의 살인죄법 (1957년) 제2조(감약책임능력), 독일형법 제19조, 우리나라형법 제9조, 제11조 등 이 있다. ②는 책임이란 달리 행위할 수 있었음에도 범행을 한 데 대한 비난이 므로 행위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으면 책임능력이 없 는 것으로 보는 방법이다. 1869년 7월 북독일연방형법 제1차초안 제46조. 실제 의 입법례에서 순수한 심리적 방법을 채용한 것은 발견되지 않는다. ③은 앞의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으로, 행위자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생물학 적 요소로 규정하고, 이 요소가 행위자의 변별능력(지적 요소)과 의사결정능력 (의적 요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심리학적 요소로서 검토한다. 미국 모 범형법전, 독일형법 등 많은 나라에서 채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형법학자들은 대체로 독일형법제20조의 분류를 기초로 하 여 심신장애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있다. 반면에 실무상 정신감정에서는 정신 의학자들이 공식적으로는 WHO의 국제질병분류(ICD-10)를 채용하고, 현실적으 로는 주로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IV)의 진단분류를 사용하고 있다.

[pdf] 책임능력판단에 있어서 심신장애의 의미


키다리 : 간단히 말해서 형법을 손보지 않고선 심신미약자 감형을 막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형법의 대원칙 때문입니다. 책임 있는 곳에 형벌 있고 책임 있는 곳에 형벌 없다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형벌의 근간, 책임주의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형법상 책임주의

일반적으로 형사상 책임은 ‘행위자가 합법을 결의하고 행동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결의하고 행동하였다고 하는 의사형성에 대한 윤리적 비난’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전통적 책임개념은 자연인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는 책임주의의 원칙이 단지 법적으로 인격이 부여된 법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형사적 책임은 순수한 윤리적 비난이 아니라 국가적 규범의 침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므로 자연인에 대한 위와 같은 책임개념을 법인의 책임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법인의 행위는 이를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에 의하여 실현되므로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 및 행위에 따라 법인의 책임 유무를 판단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나아가 형벌권은 국가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이므로 형벌권을 중요한 사회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여야 하는바, 입법자가 일단 법인의 일정한 반사회적 활동에 대한 대응책으로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인 형벌을 선택한 이상, 그 적용에 있어서는 형벌에 관한 헌법상 원칙, 즉 법치주의와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2018-04-16/나무위키]  책임주의


오늘날 형법학계의 통설적 견해인 규범적 책임개념에 의하면 책임은 비난가능성이다. 이에 따르면 책임비난 그 자체와 책임비난의 대상인 ‘불법’은 분명히 구별된다. 책임(비 난)이란 행위자가 비난의 대상인 불법행위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로 나왔다는 점에 대한 비난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의미의 책임비난을 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스스로 행한 불법을 회피하여 규범준수적인 행위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던가 하는 점이 관건이 된다. 이에 따르면 불법행위를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법과 불법을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인 능력이 존재하여야 하고, 그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불법을 회피하고 규범준수적인 행위 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의사의 자유가 전제되어야 하는 바, 형법이론상 이를 ‘책임능 력’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책임비난 및 그 전제조건으로서의 책임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원칙을 ‘책임주의원칙’이라고 하고, 이 경우의 책임을 ‘형벌근거책임’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와 같은 차원에서 형벌에 관한 책임 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국민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스스로의 책임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것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7)임을 확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은 책임주의원칙이 “법인의 경우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적 용”8)되는 것임을 재확인하고 있다

[PDF] 양벌규정과 책임주의원칙의 재조명


키다리 : 심신미약(주취감경)의 감형의 근거는 형법 제10조 1항과 2항에 명시되어있지만, 우리나라 형법의 성립 근간은 책임주의에 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형법은 헌법 제10조의 취지에서 도출되었구요, 요컨대 법 한두 개만 국회가 입법, 비준하여 고칠 수 없으며 법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함을 뜻합니다. 


심신미약 실제 적용 현황

1597건 중 ‘심신미약 인정’ 305건으로 약 ‘19%’


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법원은 20% 정도 심신미약을 주장한 피고인들의 손을 들었다. 2018 《한국심리학회지 : 법》 제 9권에 실린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1심에서 피고인 측이 심신장애를 주장한 사례는 1597건, 법원은 이중 305건을 인정했다. 이는 대법원 코트넷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다.

심신장애 인정 판례수 ⓒ 2018 《한국심리학회지 : 법》 제 9권에 실린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 중 일부


정신질환에 따른 감형에 초점을 맞춰도 비율은 비슷하다. 2017 《한국범죄심리연구》 제13권 4호에 게재된 ‘법원의 심신미약인 판단경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0년 1월1일부터 2016년 12월31일까지 법원 판례 데이터베이스 법고을에서 “정신장애+심신상실+심신미약+정신질환+정신감정”를 포함한 판례는 1심부터 3심까지 총 54건 검색된다. 그중 법원이 심신미약을 인정한 사례는 12건이다.


앞선 논문의 저자 조선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정세종 교수와 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신관우 교수는 “우리나라 법원은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것을 비교적 소극적으로 활용한다”고 언급했다. 피고인 측이 심신미약을 주장한 사례는 1심에서 12건, 2심에서 21건, 3심에서 21건이었으나, 법원이 이를 인정한 사례는 각각 2건, 4건, 6건에 그쳤다는 것이다. 

ⓒ 2017 《한국범죄심리연구》 제13권 4호에 게재된 ‘법원의 심신미약인 판단경향과 시사점’ 자료 중 일부


실제 고성 군부대 총기난사 사건 피고인의 사형 선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인격장애로 인한 감형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인격성향으로 인한 내재적 분노감 탓에 피고인이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심신미약 양형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2018-10-18/시사프레스]범행 후 “심신미약” 주장, 5명중 1명꼴 ‘인정’ 받아

 

심신미약 감형 사례

1)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감형

공용화장실에서 생면부지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른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에게 징역 30년형이 확정됐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35)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치료감호와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그대로 유지됐다.

김씨는 작년 5월 17일 새벽 1시쯤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의 공용화장실에서 여성 A(당시 23세)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의 범행이 토막살인 못지않은 잔혹성을 띤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2심은 범행의 중대성 등을 인정했지만 “김씨가 범행 당시 피해망상 등 정신 질환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이ㄷ 인정된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1999년 처음 정신 질환 증상을 보인 뒤 2009년 정신분열증의 일종인 ‘미분화형 조현병’을 진단받은 후 여러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04-13/조선일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범인, 징역 30년 확정

 

2) 2살 아이 3층에서 던져 숨진 발달장애인 사건 감형

그는 평소에도 2~3살 아이를 밀쳐서 엉덩방아를 찧게 해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군은 ‘인지와 정신기능의 장애 및 자폐증적 경향’으로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았고,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판정됐다”고 밝혔다.

형법상 심신상실자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를 말한다. 심신상실자는 책임능력이 없으므로 책임이 조각돼 무죄가 되므로 형벌은 받지 않는다. 치료감호 등의 보안처분은 가능하다.

1심은 “살해행위가 충분히 인정되지만 이군은 심한 자폐 증세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치료감호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심은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이군의 평소 행동 성향을 고려하면 이 사건과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행위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며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며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군에게 무죄와 치료감호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6-11-24/조선일보]대법원, 2살 아기 3층에서 던져 숨지게 한 발달장애인 "무죄"


3) 사이비 종교 심취한 母 친 딸 살해사건 

재판부는 이어 "어머니 김씨가 이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했지만 사실 인식능력과 기억 능력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범행경위에 대한 기억이 있다고 해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아들 김씨에게는 "나가서 아버지를 돌봐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나 여러 차례 내놓은 반성문 등을 봐도 1심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1심 형을 유지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아들 김씨에 대해 "심신장애 증세를 보인 어머니 김씨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둔기가 피해자를 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어머니 김씨는 지난해 8월19일 오전 6시40분쯤 경기 시흥시에 있는 자택 욕실에서 딸 김모씨(26)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오빠 김씨는 둔기로 여동생의 얼굴과 옆구리를 수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범행 당시 특정 종교에 심취해있던 어머니 김씨는 앞서 살해한 애완견의 악귀가 피해자에게 옮겨갔다며 아들 김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앞서 "어머니 김씨가 그동안의 환각, 피해망상 등 의사결정능력과 판단능력 등이 결여된 상태에서 정신병 증상에 의해 범행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형법상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2017-07-13/조선일보]'악귀 씌였다'며 친딸 살해母 '심심미약' 이유로 무죄


4) 조두순 사건

검찰은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조두순이 사건 당시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12년 형을 선고했다. 형법 10조는 '심신 장애자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정도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영(가명)이를 유인해 성폭행해 중상해를 입혔다. 나영이의 주치의였던 신의진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 TV 프로그램에서 "아이의 상처를 검사한 의사로써 조두순은 한마디로 인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성폭행 이후 나영이를 화장실에 방치, 찬물을 틀고 나간 것으로 보아 살인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전과 18범의 그가 머지 않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피해자에 대한 보복 가능성이 제기됐다. 

[2018-10-23/중앙일보]'음주 심신미약' 감형 받은 조두순, 2년 뒤 출소


심신미약 각국 비교

[PDF]심신장애 판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심신미약 감형 폐지 어려운 이유

1) 모호한 심신미약 인정 기준, 법학·정신의학 협력해야  

그런데도 심신미약 감형이 계속해서 주목 받는 이유는 뭘까. 두 논문은 모두 “대중 심리에 벗어난 판결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술에 취했단 이유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감형을 받은 일명 ‘조두순 사건’처럼, 일반인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종종 나왔다는 것이다.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은 형법 제10조에 따른다. 그런데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법원이 자율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를 저술한 경찰대학교 최이문 교수와 대구지방법원 이혜랑 판사는 “정신장애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실정에서 법원은 정신의학과 긴밀하게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와 법원의 판결이 일치하는 비율이 93%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18-10-18/시사프레스]범행 후 “심신미약” 주장, 5명중 1명꼴 ‘인정’ 받아

      

2) 심신미약 폐지는 현대 형법의 책임주의 원칙 근간을 뒤흔드는 일

이 법은 아직도 계류 중이다. 법조계의 반대 때문이다. 이 반대는 법관 개개인의 견해라기보다는 현대 형법이 합의한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형법은 개인에게 형벌을 부과함에 있어 책임주의 원칙에 따른다. 범죄에 책임이 있어야 형벌을 부과할 수 있고 또 형량도 결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14세 미만의 아동에게 형벌을 부과하지 않는 것(형법 제9조)이나, 19세 미만에게 소년법을 적용하여 형벌의 수위를 달리하는 것도 바로 이 원칙 때문이다.

판례도 이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종업원의 범죄사실에 대해 영업주의 주의의무 위반을 묻지 않고 처벌하는 수산업법 제98조 제2항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아무런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한 바 없는 자에 대해서까지 다른 사람의 범죄행위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으로서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도 비슷한 의견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기 의지대로 술을 마셨어도 범죄 의도 없이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는 범죄를 예견하면서 술을 마신 사람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게 책임 원칙의 의미”라며 “주취 감경을 폐지하는 것은 형벌 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고 김진숙 변호사도 “조두순은 범죄를 예견하면서 술을 마셨다고 볼 여지가 있어 논란이 됐지만 이 때문에 형벌의 대원칙을 손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의 의견을 정리하자면 주취자에 대한 감형을 막기 위해 형법 제10조를 폐지하는 것은 '국가가 형벌을 부과하는 원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주취자에 대해 온정적인 처분을 내리자는 의견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책임주의'의 원칙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된다는 원칙적 입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3) 주취감형은 제10조 제2항만 있지 않아

주취자에 대한 감형이 잇따르는 문제에 대한 해결이 입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형법 제10조를 통하지 않고도 주취자에 대해 감형할 수 있다. 현행 형법 제53조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 재판부의 판단으로 형을 감경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양형에서도 주취를 고려할 수 있다. 판결문에서 '초범'이나 '뉘우침', 혹은 '우발적'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이유도 재판부의 양형에서 범죄인의 해명이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양형위원회는 주취감형의 문제를 인식해 2012년부터 주취 성범죄에 대하여 '범행의 고의가 없어도 만취상태에 빠지면 타인에게 해악을 미칠 소질(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만취상태를 이유로 감형을 할수 없게' 했고 '범행 후 면책사유로 삼기 위하여 자의로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하여 만취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형을 가중'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문제는 이같은 양형기준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에 있다. 양형위원회는 "법관은 양형 과정에서 양형기준을 존중"해야 하지만 "양형기준을 준수하여야만 적정한 양형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4) 음주, 성범죄에 대한 재판부의 온정주의적 판결 지양해야

재판부의 판결이 '국민 법감정'에 어긋나는 이유는 어쩌면 심신미약자에 대한 감형 조항 자체가 아니라 주취자에 대한 온정주의적 판결에 대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양형위원회의 2009년 분석 자료를 보면 강간상해 및 치상죄의 경우 ‘음주하지 않은 경우’에는 평균 형량이 31개월이지만 ‘만취한 경우’ 26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벗어난 성범죄는 전체에 30%에 이르렀다.

황정근 변호사는 재판부의 재량권에 대한 제한이 늘어가는 상황에 대해 "국민의 상식과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재량권을 잘못 행사한 법조선배들이 자초한 위난이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며 "법조인은 늘 '법조인법'과 '국민정서법' 사이에서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2017-12-06/허핑턴포스트코리아]주취감경을 쉽게 폐지할 수 없는 이유



3. 이슈 마무리

응급실로 실려온 그를 본 남궁인 담당의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어주지 않았다. ...(중략)...오히려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심신미약자의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게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심신미약에 대한 법학 의학 전문가들의 협의, 입법기관의 법 제정 행위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검토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사건 혹은 현상을 균형 있게 바라보고 생각하게 하는 행간읽기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글을 편집하였음을 양해 바랍니다.)


by 키다리

leejinsub8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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