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0 by 띤떵훈
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가 음주 방송 중 가감 없는 발언으로 화제다.
설리는 지난 8일 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친구들과 술자리 도중 진행한 방송에서 설리는 편안한 복장에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눈길을 끌었다.
누리꾼과 솔직한 소통을 하던 설리는 방송 중 등장한 노 브래지어 관련 질문에 "나는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런데 시선 강간하는 사람들 싫다"며 기분 나빠했다. 설리는 네티즌들의 댓글을 읽으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설리는 "같이 있는 사람들은 진짜 친구냐"는 질문에 "여러분은 진짜 친구와 가짜 친구가 있냐"라고 반문했다.
그런가 하면 "라이브 꺼달라"는 네티즌에는 "난 이런 사람이 내 팬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이상하다. 네가 이상하다. 네가 뭔데 꺼달라고 이야기하는 거야?"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매일 경제/ 09/04/2019] 설리 음주방송, 노브라 질문에 시선 강간 싫어 누리꾼과 설전
띤떵훈: 데뷔 이후 여러 구설수에 휘말린 설리가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이 됐습니다. 기술의 발달은 연예인들의 소통을 돕고 있습니다. 그중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가장 주목받는 채널입니다. 팬들은 실시간으로 무대 밖의 스타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메시지를 보내며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설리 이번 라이브를 통해 팬들에게 자신의 지금을 공개하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영상 속 그녀는 브라 레스 복장에 만취상태였습니다. 그런 모습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는 의견과 아무렇지 않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설리의 사례를 통해 연예인과 팬의 적절한 소통 방식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2-1. 설리의 언행
설리는 지난 8일 오후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갖던 중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켜고 약 1만 5000여 명의 팬들과 소통했다. 설리는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채 민소매와 카디건을 입은 편안한 차림이었다. 과거에도 설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노브라 사진을 찍어 올려 수차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인들이 설리에게 "너를 걱정하나 보다"라며 위로하자 설리는 "나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시선 강간하는 사람들이 더 싫다"라고 반박했다.
"술 마셔 졸려 보인다"는 팬의 말에는 "원래 이렇다"라고 응수했다. 설리는 "이모님 저 여기서 춤춰도 될까요?"라며 식당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등 즉흥적인 모습도 보였다.
음주 방송을 꺼달라는 팬들이 늘어나자 설리는 "난 이런 사람이 내 팬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설리는 자신의 행동에 일부 팬들이 걱정의 댓글을 남기자 결국 "X 친다"며 방송을 종료했다.
[조선일보/ 09/ 04/ 2019] 설리, 음주방송 중 '노브라' 질문에…"시선 강간 더 싫어"
2-2. 대중의 반응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자신의 속옷 미착용과 관련 네티즌과 설전을 벌인 가운데 네티즌들의 반응이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한 포털사이트 네티즌들은 "사생활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 "강간은 그런 곳에 붙이는 단어가 아니다", "모든 사람을 강간범으로 만들었다", "이해는 하지만 말이 거칠다", "노브라가 편하다", "4차원을 넘어선 발언이다", "개인 자유이면 나체로 다녀도 되나?", "기본은 지켜줘라", "사생활 침해?", "그냥 관심을 주지 말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뉴스웍스/ 09/ 04/ 2019] 설리, 노브라 지적 "시선 강간 더 싫다" 네티즌 반응은? "사생활" vs "기본은 지켜라"
설리의 만취 라이브 방송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연예인으로서 음주 방송을 했다는 것이 충격적이고 옳지 않다는 반응과, 개인 SNS 채널인데 문제가 될 것 없다는 반응으로 나뉜다. 무엇보다 노브라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설리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죄도 아니고 문제도 아니다. 다만 대중적인 시선으로 보기 불편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시선 강간'이라고 표현한 것은 지나쳤고,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물론 통쾌하다면서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YTN/ 09/ 04/ 2019] "시선 강간 더 싫어" 설리, 노브라+음주방송 마이웨이…갑론을박ing
3. 설리의 사생활 공개, 문제없다 VS 문제 있다
설리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본 누리꾼 A 씨는 "방송 중 '노브라에 당당한 이유가 뭐냐'는 팬의 질문에 설리의 지인이 '생얼로 당당한 이유는? 이렇게 묻는 거랑 다를 게 뭐야'라고 했다. 이 말에 정말 속이 시원했다. 내가 불편해서 안 입는다는데. 유두가 티셔츠 위로 드러나는 게 그렇게 큰일 날 일이냐"라고 말했다.
최근 한 매체가 10대, 20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노브라 인식'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320명 중 225명(70.3%)이 "개인의 자유다"라고 답했다. "남자도 똑같이 유두가 있는데 왜 여자만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보기 불편하다는 주장은 논리가 없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일찍이 북미와 유럽권에서는 다양한 '노브라 캠페인'이 진행돼왔다. 프랑스 웹사이트 'boobstagram'은 인스타그램의 가슴 검열 정책을 풍자하며 10월 13일을 노브라 데이로 정했다. 2016년 1월에는 호주에서 '프리 더 니플'(Free the Nipple) 이벤트가 열려 50여 명의 여성이 가슴을 드러낸 채 피크닉을 즐겼다. '프리 더 니플'은 '가슴 노출을 허하라'는 뜻으로, 남성들이 자유롭게 웃옷을 벗고 길을 활보할 수 있듯 여성들도 당당하게 가슴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09/ 04/ 2019] 여자의 '노브라'는 죄인가요…설리가 논란이 되는 이유
"노브라로 당당할 수 있는 비결을 알려달라"는 물음엔 "시선 강간하는 사람이 더 싫다"라고 했다. 설리가 계속해서 네티즌 댓글을 받아치자, 무례한 글들이 다수 올라왔고 결국 설리는 불쾌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리는 라이브 방송 이후 화제의 중심에 섰다. 휘핑크림을 입 안 가득 넣는 사진을 올리거나, 과도한 스킨십의 홈파티 등 그동안의 잦은 일탈 일상을 공개해왔던 '관심 연예인'으로 분류된 설리는 또다시 주목받게 됐다. 영화 '리얼' 이후 특별한 작품 활동이 없는 가운데 또다시 SNS 스타로만 화제성을 끌어올린 셈이다.
[일간스포츠/ 09/ 04/ 2019] 설리, 간밤의 만취 방송 후폭풍…논란 자초한 '관심 연예인'
3. 필진 코멘트
9일 설리는 공개연애 중인 최자와 입을 맞추고 장난을 치는 듯한 사진을 공개했다.
어떻게 보면 ‘사랑꾼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선 둘은 공인이다. 공인이고 미혼인 상태다. 사소한 것 하나도 오해가 생기면 주홍글씨처럼 새겨질 수 있는 공인인데, 이 같은 과감한 사진을 공개한 것은 ‘빨간불’이나 다름없다.
에프엑스 멤버에서 배우로 발돋움하는 시기, 설리는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있다. 본인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과도한 관심을 즐기는 것인지, 사랑꾼인 달달한 면을 공유하고 싶은지도 알 수는 없지만, 과유불급이다. 차라리 SNS를 안 하고 비밀에 꽁꽁 쌓여 있던 설리가 더 매력적이지 않았나.
[매일경제/ 09/ 04/ 2016] [M+프리즘] 설리, 관종과 사랑꾼 사이 그 무언가
띤떵훈: 2016년 매일경제의 기사입니다. 기자는 설리를 공인으로 구분했고, 공적 영역에선 사적인 자아를 거세하길 원합니다. 설리는 공인일까요? 사적, 공적 영역의 구분은 어떻게 할까요? 또한 연예인의 정치, 사회적 발언은 삼가야 할 행동일까요? 이 물음에 답하고자 합니다.
공인의 정의
공인이고 미혼이기 때문에 설리는 활동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연애에 있어 공인이고 미혼인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 걸까요? 공인의 경계와 공인이 갖춰야 할 태도는 자의적 해석의 영역이 됐습니다. 우리는 먼저 설리가 공인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좀처럼 합의된 답이 안 나오는 문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공인이란 말이 가리키는 정의에 따라 다른 평가 기준을 갖는 것이 실효적입니다. 또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데 수월하기도 하죠. 넓은 의미에서 대중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인물에게 공인이란 칭호를 수여합니다. 여기엔 종교인, 교육자, 운동선수도 포함됩니다. 좁은 의미로는 나라의 녹을 먹으며 공적인 일을 하는 이들을 칭합니다. 정의의 범위가 다른 만큼, 책임 정도 또한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리의 경우 넓은 의미의 공인이 될 수 있습니다. 좁은 의미엔 포함되지 않지요. 그렇기에 공직에 있는 이들에게 적용되는 도덕적 책임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이 글에선 좁은 의미의 공인 개념을 사용하겠습니다. 연예인과 설리는 동일 개념으로 사용하겠습니다.
누구도 그녀의 영향력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공인의 엄중함을 요구할 순 없지만, 연예인의 프로 의식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들은 이미지를 판매해서 수입을 얻습니다. 구설수에 오르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상품성이 떨어집니다. 수요가 줄어들면 상품의 가치도 비례해서 내려갑니다. 인기는 끝납니다. 행동을 조심하며 수명을 늘릴 뿐이죠. 결국 정제된 발언은 본인의 직업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당위는 아닙니다. 공인은 '해야 한다'의 세상에 속하지만, 연예인은 '하면 좋다' 세상에 속합니다. 이것이 본질적 차이입니다.
연예인은 기득권자인가
일부는 연예인이 공인은 아니더라도 기득권자로서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연예인이 기득권자일까요? 요즘은 연예인을 정의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SNS 스타 혹은 개인 인터넷 방송 크리에이터 등의 경계인의 탄생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기득권의 정의도 모호합니다. 부와 명성이 판단 근거라면 설리 등의 유명 연예인들은 기득권자입니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특정한 자연인, 법인, 국가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미 차지한 권리’ 연예인이 되는 보편적 정당한 절차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연예인의 사적, 공적 영역
연예인 역시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동의 없이 사생활을 들춰내는 것은 범죄입니다. 출퇴근 길, 집 등의 업무 외적인 공간은 보호받아야 합니다. 대중과 언론의 알 권리가 그곳에 미쳐서는 안 됩니다. 공식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주목받습니다. 직업인으로 가져야 할 숙명이며, 동의가 전제된 상황입니다. 스타는 대중의 관심이 있기에 성립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공식 석상에서 한 언사에 대해선 책임져야 합니다. 영향력을 인지하고 한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공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을 때, 따르는 사회적 질타를 감안해야 합니다.
이번 논란의 장소이기도 한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어떨까요? 공적인 영역입니다. 불특정 다수의 앞에 서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설리는 술에 취한 상태로 팬들과 비속어를 사용하며 언쟁했습니다. 그녀는 ‘연예인’ 설리였고, 그녀의 행동은 심판대에 올라갑니다.
설리의 행동
우선 대중을 정신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예인은 대중의 근원적으로 결핍된 기의의 기표입니다. 대중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충족 가능한 대상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이죠. 대중은 본인의 욕망을 연예인 안에서 찾습니다. 그 욕망을 성취하는 과정 속에서만 스타일 수 있습니다. 이 욕망의 투사체인 설리가 갖고 있는 권력은 임시적이며,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 셈이죠. 대중 욕망의 계약직 수행자일 뿐입니다. 욕망이 집약되는 대상이며 관찰당하는 대상입니다. 대중은 본인의 욕망을 투사하는 존재란 이유로 설리에게 강한 도덕적 의무를 담보 잡습니다. 이를 근거로 대중은 설리에게 공인의 프레임을 씌우고,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시킵니다. 띄우는 것도 본인들 욕망에 맞추고, 처벌하는 것도 본인들 욕망에 맞춥니다. 특정한 역할을 강요하고, 반짝이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벗어났을 때 비난합니다. 이 기준은 부적절하며 폭력적입니다.
두 가지로 정리할까 합니다. 설리의 발언의 내용과 발언의 방식입니다. 우선 발언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그들도 감시받지 않을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정당한 표현을 억압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이슈, 혹은 사회단체가 대립하는 문제에 자기 소리를 내는 것은 되려 적극 권장할만합니다.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쪽에서 받는 지지보다 반대당하는 이들이 보내는 미움의 정도가 큽니다. 연예인의 '소신 발언'은 대체로 독이 되죠. 위험을 무릅쓴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위험성을 근거로, 그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연예인의 입을 막을 순 없습니다. 월권입니다.
공개 연애 건에 대해 먼저 언급하겠습니다. 민주 시민으로 인간은 누구나 본인이 원하는 사람과 사랑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자유를 잘못이라 평가하는 것은 문제죠. 연애 그 자체론 문제가 없습니다. 비난의 근거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인스타 라이브 건도 보고자 합니다. 여성이라면 응당 브래지어를 입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여성의 브래지어 착용 이유는 일반적으로 가슴 처짐과 흔들림을 방지하는 것과 유두의 형태 노출 방지, 몸매 보정 등입니다. 이 같은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착용하지 않은 권리가 있다. 타인이 부작용이나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 브래지어는 필수가 아닌 선택입니다. 짬뽕 좋아하는 사람에게 짜장면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몸에 대한 주권자는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노브라를 풍기 문란 죄라는 명목으로 저지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여성 혐오입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연예인들이 본인의 사회적 위치나 인지도를 이용해 사회적 안건에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은 권장할 만합니다. 그것이 당장 부적절해 보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정의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며, 논의를 통해 보편적 평등과 자유에 부합하는 합의점을 찾는 것이 건강한 사회입니다.
발언의 방식을 보겠습니다. 그 표현 방식이 프로페셔널했는가? 에 대한 질문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만취 상태로 비속어를 섞어가며 다소 정돈되지 못한 태도를 보였죠. 개인적인 장소였다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설리는 수천 명의 사람이 보는 앞에 '연예인'으로서 나섰습니다. 연예인이 나라의 녹을 먹는 이는 좁은 의미의 '공인'은 아니지만, 자신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에는 책임감이 따릅니다.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만화 주인공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정리하면, 그들의 사생활은 지켜져야 합니다. 공적 영역에선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은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연예인도 민주 시민으로서 사회, 정치적 발언을 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설리의 문제의식과 실천은 좋았으나 대중에게 보인 무례함은 논란의 이유로 충분합니다.
by 띤떵훈
sjh88123@gmail.com
행간읽기, 하나만 읽으면 안 됩니다
행간읽기는 '이슈별 프레임 비교'와 '전문 분야 해설', 두 방향으로 행간을 읽는 비영리매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