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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 Nov 04. 2023

‘읽-씹’

카톡에 관한 일상의 소회 _ 2023.11.3 김행인(金杏仁)

- 송신

     

차 몰고 일하러 간 이에게

개톡을 보내놓고선
한 시간째 대답 없다며

읽씹이라고 투덜댄다
 

나는 그이에게 톡하였으나
도대체 바로 답장받은 적이 없다
손가락 아프게 문자 하고도

싱거운 이모티콘 하나 받기 힘들다     


문자 보낸 나는 속이 타는데

어찌 읽고도 답을 안하냐

폰만 여닫으며 부르르 떨리는 

메아리 없는, 나의 디지털 신호          



- 답신


신호등에 걸려 멈춰 섰을 때 

비로소 잠시 열어보지만

톡톡톡 신경을 건드리는 알림에 

일일이 답할 짬이 도대체 없다


화면에 늘어나는 빨간 숫자를

줄이기만도 급급한데 
너는 왜 자꾸 문자질이냐

차라리 전화를 하지      


너는 나에게 톡을 했지만
우리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음성 없이 음정도 없이 

텍스트만 있는, 무감의 디지털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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