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점심을 먹는 날이면
열량 오백쯤 되는 김밥을 두 줄씩 산다
한 끼에 육백이면 충분한 나이에 두 줄이나 사는 건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먹기 때문이다
길밥 먹는 나는 혼자이지만
배고픈 내 안에 허기진 내가 또 있다
7부가 탄수화물이라는 김밥
한 줄은, 때놓쳐 주린 배를 채울 몫이고
또 한 줄은 마음의 허기를 채울 몫이다
삶에 쫓겨 우적우적 밀어넣다가도
혼자 먹기는 못내 서운해
지쳐있는 마음에게 한 줄 건넨다
식기 전에 얼른 드시라고 사뭇 정중하게
오로지 한입 베어물 순간을 잡기 위하여
빨간 신호등만 자꾸 기다린다
제 아무리 급해봤자 갈 수 없고 가서도 안 될,
우리 모두를 세우는 빨간 불 앞에서 비로소
손에 쥐고 베어물 때마다
무릎 위로 떨어져내리는 김밥부스러기
웬 정을 이렇듯 두툼하게 싸놓았을까
괜히 하는 투정에 목이 메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