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
신뢰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source : the January–February 2017 issue (pp.84–90) of Harvard Business Review)
폴 잭이라는 심리학자는 실험에서 피실험자에게 일정금액을 주고 그 돈을 상대방에게 주도록 했다. 피실험자가 상대방에게 준 금액은 3배로 불어나고 상대방은 받은 돈을 다시 피실험자에게 배당할 수 있는데, 그 금액은 온전히 그 대상자가 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두가지 조치를 진행했는데, 하나는 뇌 신경분비물인 옥시토신(Oxytocin)의 체내 수준을 측정했고, 두번째로는 그 물질을 강제로 몸에 주입하고 나서의 결과를 비교한 것이다.
뇌 신경전달물질에 하나인 옥시토신(Oxytocin)은 뇌속에서 분비되는 화합물질로 안전감을 느끼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이 짝짓기를 하거나 수유를 하는 모성 행위와 관련이 있고 심리학에서는 사회성,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 등의 행동과 관련있다고 보고 있다. 옥시토신을 인위적으로 흡입시킨 실험에서 피험자는 상대방에게 더 높은 신뢰를 보이고 친근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이 물질이 변연계 편도체(불안, 공포 등 감정을 다스리는 영역) 활성을 막기 때문이다.
결과는, 피실험자가 상대방을 신뢰하고 더 많은 금액을 보내는 경우 옥시토신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강제로 체내 주입한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더 많은 돈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상대방을 신뢰하는 행동과 옥시토신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Promoter) 것과 억제(Inhibitor) 물질과 조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서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의 하나가 바로 스트레스 임을 확인했다.
스트레스는 가장 확실한 옥시토신의 억제 요인이 된다. 또한 반대로 옥시토신이 사람들의 공감(Empathy) 능력 향상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 심리적 안전감 에 대한 많은 기고문, 글들을 보게 된다.
온라인 상에서도 최근 2년간 많은 글들이 이 심리적 안전감과 관련한 내용들이였음을 찾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 2019년 번역 출간된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책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직원들이 침묵하는 조직, 언제든 의견을 내고 자신의 생각을 오픈할 수 있는 조직, 솔직함, 서로간의 건설적인 의견을 주고 받는다 등등...여러가지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높고 낮음에 대한 분석과 방안에 대한 제언들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미 이러한 이야기나 주장은 새로운 것들은 아니다.
때로는 조직문화로, 때로는 리더십이라는 화두로 과거 긴 시간동안 이상적인 조직의 문화의 모습으로 제시되었다. 특히 리더십 코칭이 유행하면서는 더더욱이 리더의 중요한 덕목으로 이 '두려움 없는 조직 만들기'가 제시되었던 것 같다.
이 심리적 안전감이 전혀 새롭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아님에도 왜 사람들은 이 개념, 주장에 열렬하게 반응했을까?
아마도 그 만큼 우리들이 매일 겪는 조직에서의 생활과 느낌이 불안과 두려움이 팽배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당위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회자 되지만 왜 그 당연함이 안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진솔하게 대면하지 않으면 다 그냥 좋은 이야기들 일 뿐이다. 워낙 유행을 좋아하는 일부 기업들에 의해 증폭되고 그러다 사그러진다.
많은 경우 뭔가 잘 안되는 것은 개념의 정의에 대한 이해 문제가 아니라 그런 것을 받아들이고 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 서로의 신뢰를 이야기 하는 것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우리 몸은 알고 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이 그렇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의 옥시토신 사례!)
그러니 너무 이상적인, 당위적인 것에 애쓰기 보다는 작은 것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원의 성장에 관심을 쏟고 코칭을 하겠다며 1:1 미팅 일정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더는 먼저 내가 오늘 한번이라도 그 부하의 이름을 불러 보았는지, 그를 부를때 뭐라고 불렀는지 생각해보고 - 최근 유퀴즈에서 한 은행원이 나와 상사가 어떻게 직원을 어떻게 부르는 지(이름? 이름+직위? 목소리의 톤 등등)를 보면 그 상사의 심적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 공감이 된다 - 그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반문해야 한다. 내가 정말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는지 아니면 부하들을 통한 내 조직의 성과를 내는 것, 나를 위한 좋은 자원과 도구로 만들기 위한 생각이 앞서고 있지는 않은지도 돌아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선발과 임명은 중요하다.
나는 리더의 선발에 성과가 1번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성과가 아니라 탁월함이어야 한다. 성과를 내는 것과 탁월하다는 것은 다르다. 성과는 대부분 내부의 기준에서, 목표의 달성도에 의해 평가 된다. 탁월함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고 오직 시장과 고객의 기준에서 평가된다. 그리고 탁월함의 조건 중의 하나가 "사람(인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되어야 한다. 이 탁월함은 경우에 따라서는 '성숙함'으로 대체될 수 있다. 탁월하기에 성숙하기 보다는 성숙하기에 탁월한 결과를 낸다. (물론 조직의 규모가 작고 이제 막 창업기를 거치는 상황에서는 이 탁월함의 조건이 너무 이상적일 수 있다.)
리더의 성숙됨은 인재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은 바로 이 성숙한 리더만 조성할 수 있는(만드는 것이 아니다) 최종적 조직의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