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느낀 생각들

이사, 이사, 이사

by 한공기


이사를 여러번 하면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이 이렇게 많다는것이 징그러웠다.

사계절을 입을 옷과 속옷들, 운동 용품들, 식기들

목욕 용품, 세제, 책과 잡동사니. 십년을 적은 일기장.


이사 첫날은 항상 외롭고 싱숭생숭하다.


그래도.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누군가 삶을 이어가며 수많은 부스러기를 흘렸을 이 집에. 담배연기가 들어오고 바다가 보여야했을 북향 창문이 건물로 가려진 이 집에.


아침에 일어나 한번더 자는 잠은 깊고 달콤하다. 빨려들듯이.

다들 이렇게는 살면 안된다고 하는 것들을 나는 하고 있다. 남들 말은 듣기가 싫다.

침대 시트와 이불을 세탁하고 건조시키고 싶지만 건조기가 없다. 고양이를 사랑해보려다가 타 생명체를 돌보며 인생이 완전해졌다는 이들의 글을 읽고는 나를 사랑해보고 싶어졌다. 나를 사랑하는 내 방식은 자유를 주는 것이다.


호흡을 돕는 호스를 끼고 불편하게 잠에 빠져든다.

모든걸 갖다버리고 싶다는 충동도 느낀다.

막상 나가도 편하지 않으리라는걸 아니 어디에도 가고싶지 않다. 하지만 억지로 재미있는 걸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희미한 위기의식이 느껴진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지내게 될까.

누군가를 잃게 되는 순간 나는 이 섬이 미친듯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한순간도 있고싶지 않을

것이지만 그때까지는 여긴 내가 선택한 집이다.


작가의 이전글약과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