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이 좋아지고 있다

원색에 가까운

by 한그리 유경미

빨강이 좋아지고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일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꽃 보러 가는 일이 많아졌다. 단풍 구경 가는 일이 많아졌다. 도시에서 살면서 자연을 보고 싶어진다는 건 이전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는 증거다. 스무 살 서울에 살고 싶어 직장을 구하려 한 일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서울은 동경의 도시다. 집값이 너무 올라 입성도 해보지 못하는 도시 말이다. 이제 와 생각하니 복잡한 도심에 회색빛 매연이 뭐 그리 좋아서 그랬을까 싶다. 도시를 좋아했을 때는 자연에 관한 관심 역시 없었다.

이전까지 나의 옷은 어두웠다. 20대에는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말고 재킷은 무조건 검었다. 결혼 후에는 아이를 낳은 후부터 조금 말라 보이는 효과를 보이는 검은색을 즐겨 입었다. 밝아도 회색이었고 흰색도 빨래가 어려워 잘 입지 않았다. 팔뚝 살을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검은색을 종용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낳고 몸매가 망가졌다는 생각으로 몸을 가리는 데 급급했다.

단풍 구경이나 꽃구경을 가면 모두가 울긋불긋하다. 특히, 빨강 옷은 눈에도 띄지만, 자연과 정말 잘 어울렸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서였나. 몇 해 전 모임을 앞두고 옷 하나를 구매했다. 빨강 재킷이다. 어두운색으로 톤 다운되지도 않은 빨간 그대로의 색이다. 모임 이후 사진을 받아봤을 때 빨간색이 나도 어울리는 걸 알게 되었다. 사진에 화사하게 나오는 내가 정말 즐겁게 웃고 있었다. 이렇게 잘 어울려도 될까 싶었다.

밝은 옷을 입음으로써 나를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해 보이고, 표정이 더 밝아졌다. 나이는 점점 느는데, 마음은 조금씩 어려졌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도 마음은 소녀 감성이라고 하더니 나에게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가. 자식들의 이름에 가려진 누구 엄마가 아닌 유경미 씨의 본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강을 좋아하는 일, 어쩌면 다시 동심으로 나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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