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세상의 모든 색깔

그림그리기

by 한그리 유경미

초등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이 되면 그림을 그리는 패턴이 있었다. 갈색으로 땅을 그리고, 조그만 집을 그리고 옆에 나무를 그린 후, 하늘에 해 하나를 그린다. 그저 조용한 시골의 풍경이다. 즐거운 풍경을 그리라고 하면 동글동글한 사람 두세 명이 서 있고, 옆에는 사람만큼 커다란 꽃이 한두 개가 있고, 산을 그린다. 가장 화려한 색깔들로 그림을 칠하고 마무리한다. 우리 세상은 늘 밝고 화창하기를 바랐다.

가끔 흐린 날을 그리기라도 하면 그 옆에는 꼭 구름 딸린 무지개를 그리곤 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뚱뚱한 무지개는 색을 다 채워넣기조차 힘들었다. 처음에는 곡선으로 빨간색을 호기롭게 줄을 긋지만, 얇게 색을 칠한 후 다음 색을 넣으면 매번 무지개가 살이 쪘다. 다양한 그림이 한 종이에 그려져 있지만, 무지개에만 정성을 다한다. 다양한 색깔의 화려함을 그 당시에는 정말 좋아했다.

성인이 되었을 때, 무지개는 간단히 그렸다. 빨노초파의 네 가지 색으로 그리면 뚱뚱해질 염려가 없었다. 빨강으로 큰 틀을 잡고 아래에 노란색을 조금 진하게 넣고 초록색과 파란색의 순으로 조금 옅게 칠하면 보기 좋다. 색의 배율을 잘 알지는 못해도, 진한 색은 조금 가늘게 그리고 연한 색은 두껍게 그리면 보기 좋아진다. 간편해진 무지개에 만족해했다. 요령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성인으로 다 커서 나는 아이와 같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우리의 삶이 내가 그린 무지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색을 모두 다 넣고 싶은 어린 시절에 비해, 현재의 우리는 더욱 단순하고 간편한 걸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단순해지며 기억을 잊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어린 시절에 기억했던 건 평생 가기도 하지만, 성인이 되어 기억한 것은 순식간에 잊힌다. 인생의 무지개가 간단해진 만큼 삶은 지루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지금이라도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 색을 잃어가는 시기가 아쉽다. 특히, 한국 사람의 빨리빨리 습성과 맞물려 치열한 학교생활을 하고 대학 가는 것도, 조금 더 단순한 무지개로 만드는 현재로 회귀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획일화되는 사회가 사람들까지도 단순한 색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한 사람의 삶도 쓸모없는 건 없다.

뚱뚱해도 괜찮다. 밝고 희망찬 색들을 모아 다시 정성스럽게 무지개를 그려 볼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