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에 한번 볼까말까

자연과학의 호기심 앞에서

by 한그리 유경미

일요일 밤에 있었던 월식 보셨나요?

저는 월식을 보지 못했습니다. 잠을 참아가며 볼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먼저, 보고 싶었던 이유를 꼽아보자면 이렇습니다.

일, 저는 과학과 관련한 현상들을 좋아합니다.

무지개, 구름, 별똥별, 일식, 월식, 혜성, 금성, 화성, 로켓 발사, 우주먼지, 인공위성, 보이저 등등.

이, 그런데다가 3년만의 개기월식이라 오랜만이었습니다.

부분월식은 그래도 언젠가 몇 번 정도 본적 있지만 개기월식은 훨씬 드문 현상이라 한 번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삼,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은 저를 늘 들뜨게 했습니다.

오늘도 미국 나사에서 화성에서 채취한 광물을 소개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글은 월식 이야기이니 접어두죠.


월식이 일어났던 시기는 1시반부터 네시 사이였습니다. 가장 절정이었던 새벽 2시에서 3시에 보다니. 도저히 제가 일어날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잠을 정말 소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런 제가 그래도 잠을 참아가면서 다음날 지장이 없다면 잠을 청하지 않고 참았을테지만.. 다음날인 월요일이 대체근무 2일차에 정말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아니, 그러면 안 되는 일이었죠.

결국 월식을 보지 못한 채, 아침에 눈뜨자마자 뉴스 검색을 했습니다. 5시 15분에 뜬 개기월식에 대한 뉴스는 흥분과 아쉬움 그자체였습니다. 그림자로 달을 서서히 감싸다가 붉은 달로 변해버리는 모습이라니, 멋지지 않습니까. 지구 그림자가 달에 가리면 부분월식의 경우에는 달이 검게 사라지는 듯해서 초승달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기월식, 즉 달을 지구의 그림자가 모두 가려버린다면 검은색이 아니라 붉게 변한다는 것은 태양빛이 산란될 때 초록빛은 사라지고 붉은색만 남아서이기 때문이랍니다.


학창시절의 나를 이야기할때 반드시 나오는 것이 헤일-밥 혜성입니다.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1997년, 저는 고3이었던 당시 지구 근처로 날아든 혜성에 거의 일주일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혜성에 빠졌습니다. 누가 깨우지 않아도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래서 초저녁 잠이 많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빨간 자명종을 맞춰두고 새벽의 혜성을 마주하고 싶은 그날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떨립니다. 아마도 이젠 더이상의 그렇게 멋진 혜성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세상에 타협한 40대 여인이 되어있네요. 아니, 일식 말고 또다른 혜성이 온다면 다시 잠을 설치고 망망우주를 보려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늘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난번처럼 혜성이 또 몰려온다면 볼수 있을것만 같습니다.

혜성 이야기를 하면서 소녀감성이 되다보니, 개기월식을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이 희석된 것 같아요. 혜성보다 개기월식이 하찮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정말 보기 힘든 광경이니까요. 지금 내 앞에 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나를 관리한다는 것은 내 체력을 시험하는 일입니다. 그래도 모든 자연과학현상에 귀를 기울이고, 관련뉴스를 아직까지도 찾아보는 걸 보면 전 아직 꿈많은 소녀 같답니다.


한동안은 허블망원경을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허황된 생각도 잠시 한 적 있었습니다. 우주정거장을 거쳐야 하는, 그런 망원경인지도 모른 체 말이죠. 요즘은 더 좋은 제임스 웹 망원경도 생겼죠. 거기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우주복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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