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주년 행사를 다녀와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렇게나 많구나. 이번 행사를 다녀와서 제일 먼저 느낀 점이다. 볼펜을 잡고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본인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일 수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수필작가로서 책 한 권 내보지 못했으니, 인정받는 첫 수필집을 내는 것이 오랜 꿈이기도 하다.
사람들 모두 진지했다. ‘작가의 꿈’ 공모에 당선되어 행사를 참여했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얼마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은 것인가 감탄하며 부러움을 가득 담아 행사장을 둘러봤다. 얼굴을 서로 아는 사람들도 있어 보였고, 작가님들 간의 대화도 멋져 보였다. 행사장 구석구석에 작가의 물품들과 작품, 글이 있었다. 앞으로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틈 사이에서 헛헛해졌다.
1층 공간에 10주년 축하 케이크에 초를 밝혔다. 11주년을 기대한다고 초에 글을 썼는데, 남편은 10년 20년이라고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타박했다. 그렇지만, 나에게 20년은 너무 멀었다. 축하만 하기에 내 마음은 너무 작았다. 이번에는 내 이름이 아무 곳에도 없었지만, 내년에는 꼭 내 이름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11주년을 더 기대한다고 적었다. 부러움에 타는 초는 그렇게 소심한 내용을 불렀다.
괜히 갔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함께 한 남편은 내가 더 오래 볼 수 있도록 천천히 봐도 좋다고 했지만, 나의 작품이 하나도 없고,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만 가득한 공간을 부러운 눈으로만 쳐다보는 일도 쉽지 않았다. 어차피 난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점점 작아졌다. 덩치 큰 사람이 작아져봤자 어딜 가겠느냐만 내 마음은 쥐꼬리만 해져 사라지려 했다.
행사의 마지막 장소에서 하얀 책상 앞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어준다는 말에 처음에는 ‘뭘, 뭐 하러 찍어.’라는 생각에 그냥 갈까 했다. 직원도 아쉬워하며 “안녕히 가세요.”라며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그래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찍을까요?”라고 했더니, 직원은 민망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휴대폰 카메라를 찍었다. 그만 찍나 했더니, 또 찍어서 내 기분은 조금 더 좋아졌다. 감사한 직원 덕에 우울한 마음은 조금, 아니 많이 접었다.
지지부진해지는 글을 보며 마음을 정화하고 싶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이 정말 감사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쓸 때면 사람이 누르는 것이라는 느낌은 덜하고, 글에 대한 마음에 진심이 옅어지기도 했다. 무언가 리프레시가 필요했다. 아마도 이번 행사를 다녀와야겠다는 필요성이 생겼고, 글에 대한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의 공간을 지지한다는 느낌의 하얀 책상과 의자.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한번 찾아본다. 여러 장을 찍어준 덕에 내 마음의 변화까지 읽힌다. 글을 쓰는 일은 내 우물 속 마음을 모두 퍼 올려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먹이는 지하수와 같다. 우물의 물이 흐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글을 숙고하고 퇴고하여 써야 함을 되새긴다. 나는 아직도 글의 힘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