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보며 힘을 얻다
거친 숨소리로 홀리는 영상을 볼 때면 나도 자극받는다. 영상에 나오는 저들처럼 아직은 젊은데, 우리가 나이를 방패 삼아 부러워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다짐에 주먹을 불끈 쥔다.
내가 야·동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약 3년 전이다. 배우 고(故) 이순재 님이 ‘야동 순재’를 밈으로 남길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순재 배우님의 명복을 빕니다.) 배우님과 약간의 오차는 있겠지만, 나 역시 ‘야동 경미’로 불릴지 모를 일이다. 야·동의 의미가 ‘야한 동영상’이 아닌 ‘야구 동영상’이라는 점만 뺀다면 말이다. 야구가 그렇게 재미있을 일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던가.
내게 야구는 가깝지 않았다. 야구는 알다시피 4시간 정도 하는 긴 시간의 경기였기에 오랜 시간 앉아서 볼 정도의 인내심이 있지 않았다. 10대 때 기본적인 구기종목은 대부분 좋아했다. 직접 하는 발야구나 피구는 물론이고, 배구, 농구, 핸드볼, 탁구 등 스포츠를 하는 시간이면 티브이 앞에 앉아서 팀을 응원했다. 그러나, 인원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축구나 야구, 아이스하키 등은 가까워질 수 없었다. 케이블이 없던 당시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기는 중간에 중계를 끊기도 했으니 결과는 스포츠 뉴스 시간에나 확인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3년 전 어느 날이었다. 남편은 충청도 출신이라 이글스 팬이었다. 허구한 날, 지는 그 야구팀은 끈질기기도 했다. 이기는가 싶더니 다시 역전을 하다가 아쉽게 지는 날이 많았다. 이글스의 팬들이 보살이라는 별명은 늘 하위권에 있는 팀을 절대적으로 응원하는 존재였기에 이해가 됐다. 길고 긴 4시간의 장벽을 넘어 밥을 차리다 말고 큰 함성에 거실로 와서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고, 누군가 역전의 만 루타를 치기라도 하면 국자를 든 채 즐거워하기도 했다. 야구의 맛을 알려준 이글스팀은 올해 2위를 했다.
이글스팀을 알아가는 동안, 동시에 야구 예능 프로그램이 생겼다. 올해 방송사와 문제가 생긴 불꽃 야구였다. 예전에는 최강야구라는 이름으로 방송했는데, PD와 방송사의 맞지 않는 문제로 인해 방송사에서 나와 유튜브를 통해 불꽃 야구로 업로드하고 있다. 은퇴한 야구선수들이 현역 때처럼 연습하고 신예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잘하는 방법들을 코치해주며 실력이 늘어가는 드라마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문 야구선수들이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 경기를 하므로 연습은 꾸준히 해야 한다.
최근에 내가 열심히 보는 영상은 훈련 영상이다.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으로 야구 관련된 영상을 한 번 보고 나면 야구 관련 채널과 영상들이 무작위로 올라온다. 구독한 불꽃 야구의 채널은 물론이고, 이글스팀의 채널을 비롯한 야구 관람한 후기를 가진 채널 등 다양하게 볼 수 있다. 훈련 영상을 보면서 함께 운동한다. 50여 분의 영상들은 딱히 자극적이거나 신경을 건드리는 등의 내용이 아니다. 그들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과는 별개로 평상시의 훈련 루틴을 보여준다. 한순간의 노력으로 되는 방송은 아니란 뜻이다.
불꽃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야구 대회에서 1위를 했던, 아주 유명했던, 놀라운 능력을 갖췄던 선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에서도 역시 노력하고 있다. 예전의 실력과 같지는 않겠지만, 자신들이 좋아했던 야구를 아직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만 하다. 이전에 이룩한 명예를 은퇴해서도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므로, 나 역시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긴다고나 할까.
가끔, 아들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한다.
“엄마는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엄마가 뭘 그러냐고 되물으면 아들은, 엄마는 하고 싶은 것을 향해서 이것도 저것도 다해본다는 것. 전업주부였던 내 뒤를 돌아보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스무 살인 아들은 앞으로 닥쳐오는 것이 무섭기만 한데, 엄마는 계속 뭔가를 한다고 대단하단다. 육아 외에는 별다른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뭐든 해보고 싶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하고 싶은 게 뭔가 찾느라 이것저것 해보는 건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그런 말을 해 주는 아들이 참 고맙다.
세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내 마음을 목표로 정했다. 아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던 마음을 이루기 위해 돌봄을 택했던 건 어쩌면 정해진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나는 이력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한다. 가끔 대체직 5일을 위해 서류를 여섯 개 만든다. 가고 싶은 길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3년째 이러고 있는 걸 보면 나는 정말 하고 싶다. 그 길을 가고 싶다. 나라고 불합격이 무섭지 않겠는가. 여러 번 떨어지다 보니 무뎌지고, 슬퍼도 또 하고,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여 주며 또 지원할 뿐이다.
늦은 건 없다. 지금 선택하는 게 가장 빠른 선택이리라. 나이 때문에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그래서 또 나는 야·동을 보며 내 체력을 비축한다.
배경화면 : 유튜브 스튜디오C1 불꽃놀이 영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