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아이

2022년 가을호(아이와나6)

by 한그리 유경미

“선생님, 전 선생님이 좋아요.”

생긋 웃어 보이는 눈이 커다랗고 귀여운 아이였다. 큰 눈이 반짝이는 별 같았다. 나를 좋아해준다는 말에 예쁘지 않은데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지만, 아니었다. 호감의 눈빛과 생기의 웃음이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을 상상하게 했다. 꼭 별 아이였다.

여느 아이들과는 좀 달랐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아이는 관심을 보였다. 관심이 가는 만큼 나 역시도 아이에게 집중했다. 함께 색종이로 종이접기를 하고, 보드게임을 하면서 아이에 대해 알아갔다. 아이는 참 밝았다. 말은 더 잘했다. 본인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며, 점심시간에는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학교에서 집까지는 어떻게 가는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보따리로 쏟아내는 아이였다.

집에서는 이야기할 사람이 없구나. 바쁜 부모님 아래에서 살자면 정말 요즘 아이들은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교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대개 1,2학년 돌봄에 오거나 연계형 돌봄을 하는 아이들은 맞벌이 부모가 많고, 그래서 집에 일찍 가도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다. 집과 비슷한 교실에서 일하는 내가 아이들에게 얼마간의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분기마다 바뀌는 아이들과 적응을 한다. 이 아이는 세 번째 분기에 처음 들어왔다.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아이의 이름은 단번에 외워졌다. 조금은 까무잡잡한 얼굴에 단발머리가 나의 어린 시절 외모와 비슷해서였을까. 봄이 되면 볕에 까매지는 내 얼굴이 싫었다. 그때도 성인이 된 지금도 하얀 얼굴의 친구들이 부럽다. 아이도 지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집에서 돌봄을 하겠다며 다음 분기에는 아이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만남 때 잘 지내라는 인사를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짧게 만났지만 인상은 오래 남았다. 밝은 표정으로 말을 신나게 했다.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면서 똑 부러지는 면이 있었다. 어쩌면 나와 비슷한 외모였지만, 그에 비해 더욱 단단한 구석이 그 아이의 매력일지도 모를 일이다. 돌본다는 일을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거다. 아이도 나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

담당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가 아이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다문화가정. 아, 그랬구나. 그러고 보니 아이와 이야기를 할 때 필리핀으로 여행을 간다는 말도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알고 나서야 생각해보니 무언가 달랐던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편견이라는 단어의 존재감이 커다란 벽으로 날 막아섰다.

정작 아이와 함께할 때 다문화가정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외모로 다문화를 알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구나 생각했다. 부모님 가운데 누군가가 다른 나라의 언어를 쓴다고 해서 이 아이가 모국어만 사용하는 것은 아닐 것인데,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반드시 우리말이 아닌 외국말을 할 거라는 기대감 같은 게 있었다. 편견에 갇힌 내가 부끄러웠다.

대중매체에서도 다문화를 이룬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한민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 같은 제한적인 사람들에게 다문화 교육은 반드시 필요함을 느꼈다. 겪어보지 못했으니 배워야 함은 물론이다. 외모가 달라도 우리 문화권에서 살았다면 한국 사람이고,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언어는 이제 무너지고 있다. 우리만 지구에 사는 것은 아니니까. 장벽을 거두고 그냥 그대로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살피는 일이 지금 나의 할 일이다.

오랜만에 시골에서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여름밤에 가장 밝은 별은 백조자리의 데네브다. 데네브는 은하수가 흐르는 곳에 위치해 견우와 직녀를 연결해준 까마귀다. 그 주변으로 여름의 대삼각형인 베가(직녀성)와 알타이르(견우성)가 환하게 반겨준다. 이 둘은 전래동화 속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별들이지만, 실제 지구에서 각각 25광년과 16광년이 떨어져 있다고 한다. 견우와 직녀는 9광년의 시차 속에서 만나고 있었다. 특히 까마귀인 데네브는 2600광년의 거리에 있다니 견우와 직녀를 도와주기란 쉽지 않았을 듯하다.

하늘의 별들은 모두 다르다. 검은 밤하늘에 어울려 있는 별들의 일생을 모두 다 살피면 각기 다른 삶이었으리라. 그럼에도 많은 별들이 어우러져 산다.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조화롭게 살고 있다. 적어도 우리의 눈에는 다양한 별들을 평온한 밤 도화지에 그려 나간다. 시공을 초월한 별의 이야기는 소중하다. 문화가 다르든 언어가 다르든 외모가 다르든, 모두 우리의 아이들이 각자 소중하다.

아이들은 모두 별이다. 또 다른 별 아이 하나가 교실에서 빛을 내고 있다.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듣기 위해 빛나는 아이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요즘 학교를 가보면 다문화 학생이거나, 다른 국적의 학생이 종종 있다. 그러나 국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모두 빛나는 별이기에 잘 보아주고, 잘 들어줄 뿐이다. 교실의 규칙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표현을 잘 하는지 잘 들어줘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아이일 때, 별을 참 좋아했다. 누구는 더 반짝이고 누구는 잘 보이지도 않는데 모두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좋았다. 천문학자들은 잘 보이지 않는 별에 더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더 매력적이었다. 이름이 정해져 있는 별자리와 별의 이름이 좋기도 했지만, 어쩐지 더 멀어서 혹은 가깝지만 작아서 눈에 띄지 않는 별도 내 눈에는 천문가의 망원경처럼 잘 볼 수 있었으면 했다.

꽃과 별이 모두 태어나는 시간과 때가 다르듯, 우리 아이들도 그저 그들의 특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아이들은 그래야 조금은 더 자신을 존중하며 살아갈 힘을 얻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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