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붉은 여름 4
"실무자로서도, 학자로서도 설명드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미 1차 원정대가 파견되기 이전에 저희는 각 원정대의 기지 부근의 지질 조사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물론 무인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큰 지각변동이나 이상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조사했다고 생각합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모듈을 설치할 곳을 선정하는데만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다고 했고, 제가 생각하기에도 지나치게 신중하다고 생각될 만큼 이상적인 곳을 선정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박사님이 작성하신 보고서에 의해 내린 결론입니다. 화성에 도착한 후 시작한 진단검사에서도 지각적인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설치되어 있었던 모듈은 지상에서 확인할 수 없도록 잘 설치되어 있었고, 주변의 지각상 태도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굴착을 시작한 것이었고요. 하지만 굴착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되었습니다. 굴착을 시작한 곳에 빈 공간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굴착을 시작할 때 실시한 검사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공간이 곳곳에 발견되고 있습니다. 굴착된 공간이 클수록 더 큰 공동이 말이죠. 마치 거울의 양면을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제는 대원 한 명이 사고를 당할 뻔했습니다. 전날 굴착한 곳의 공간을 넓히려고 했는데 굴착된 곳의 넓이만큼의 공간이 바로 아래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굴착기는 아래로 굴렀고, 다행히 대원은 무사했습니다. 굴착기에 압사할 뻔했던 사고였습니다. 공간이 발생하는 원인을 알 수 없고, 발생 위치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만약에 우리처럼 지하로 작업하지 않고 지상에서 작업이 이루어졌을 경우, 아래에 공간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수도 있었을까요?"
"네. 1차 원정대를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도착한 이후 1개월 동안 저희는 기지 밖에서 활동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럼 저희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군요. 이대로 작업을 진행할 수도, 지구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교수님 제가 화성이 올 수 있었던 까닭을 아십니까? 그건 1차 원정도 사고 직후 제가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1차 원정대에 대한 구조나 생존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와 비용과 여론과 국제관계를 통해 테라포밍의 지속 가능성을 설득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 마디라도 생존자에 대한 이야기를 입 밖에 냈다면 아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거나 누구도 아니었겠죠."
"그럼 저도 여기 있지 못했겠군요. 제가 여기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교수님, 저는 매우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늘 정확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인정에 움직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인정에도 호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상실하는 일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겠죠."
"무엇인가를 잃고 서로 가까워지는 것은 기꺼운 일은 아니군요. 그전에 서로 이해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저는 교수님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따님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몇 년 동안 화성 캠프의 책임자였던 것을 알고 계십니까? 따님은 제가 몇 년 동안 알았던 학생들 중에 가장 뛰어난 학생이었습니다."
"그랬던가요. 몰랐습니다."
"따님을 보면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아주 맑고 밝은 아이였어요. 지식면에서도 정서적 건강 측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는 아이였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그렇게 키울 자신이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아니 사실, 제가 아이를 낳는다면 결코 그렇게 바르게 성장하지는 않겠지만. 저는 사실 많은 부분이 결여된 사람입니다. 환경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만 저는 태어날 때부터 상당 부분 뒤틀려 있었어요. 누구보다도 저는 자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오랜 시간 돌아볼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한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대신 다른 부분들이 비어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채워 준 것이 아내였습니다. 아내가 아니었다면 기관이나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성을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아내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을까요?"
"아직 살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그 어떤 때보다 확신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쭤보고 싶군요. 아직 많이 슬프십니까?"
"때때로 무척이나 슬픕니다. 말로 표현해낼 수 없을 만큼. 그리고 늘 슬프군요. 평생 그랬던 적이 없었던 만큼. 이제는 슬프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딸아이나 아내의 사진은 가지고 있지만 볼 수는 없습니다. 아직도. 제 슬픔이 제가 화성이 온 이유인가요?"
"저는 돌려 말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교수님의 슬픔은 제 관심 밖입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상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네, 교수님이 화성에 계신 이유는 바로 상실 때문입니다."
"저의 상실이요?"
"죄송하지만 저는 교수님의 부모님께서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교수님이 가족을 잃었을 때 상실감을 더 깊게 만들었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상실감이 저의 상실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저는 1차 원정대의 사라진 시점에서 어느 정도 지금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실종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우리의 작업에 장애를 유발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늘 아침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리와 같이 2차 원정대를 추진한 유일한 국가인 중국의 원정대가 사라졌답니다. 만약 우리도 얼마 전부터 작업을 전면 중지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되었겠죠. 교수님의 말씀처럼 이것은 거울의 양면과 같습니다. 우리의 작용에 대한 반작용이 존재하죠. 얼마간의 시차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따라서 우리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대한 지질 조사를 허가받았습니다. 그리고 지질 조사는 반경 5km 반경으로 확정받았습니다."
"1차 원정대는 그보다 멀리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저는 그렇게 말을 잘 듣는 편이 아닙니다. 조사는 이대호 대위와 제가 도맡아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대원들은 지질이나 대기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나 테라포밍 화학작용에 대한 실험 결과를 보고할 것이고요. 그리고 조사에는 지질에 대한 실질적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정말 살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군요."
"교수님은 저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습니까? 저는 교수님 같은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배려하길 좋아하지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을 말입니다. 소통에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친절합니다. 하지만 그 친절함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관심을 갖지는 않습니다. 주변은 늘 충분하게 사람들로 포화되어 있기 때문에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까지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습니다.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이타적이지 않죠. 다분히 개인주의적입니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사실 저는 교수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격과 소통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유일한 장점은 저에게 필요한 사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거죠. 아내가 사라진 것은 다분히 인공적인 현상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도 말이죠. 지금은 각국의 정부가 경계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다들 정신을 차려보면 이 현상이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을 깨닫게 될 겁니다. 우리가 지금 지구 외 생명체에 대한 가장 확실한 근거를 접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동력이 공포심이든, 호기심이든, 자국의 이익 때문이든 수많은 국가들이 화성으로 향할 겁니다. 합의에 의한 살상 무기를 탑재한 상태로. 그전에 저는 아내에게 향할 것입니다. 이대호 대위의 동생은 1차원 정대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기 때문에 둘이 형제인 것을 알 수 없었습니다. 대위와 저는 5km에서 차량을 세우고 걸어서 1차 원정대를 찾으러 갈 겁니다. 그리고 저희에게는 교수님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저희의 불법적 활동에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이 아직도 슬프신 것 이상으로 저의 슬픔은 깊은 곳에 있습니다. 교수님은 이해해주실 수 있겠죠. 저와 이대호 대위의 슬픔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