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교환일기

8월 너무 더웠던 날.

by 지승유 아빠


나는 오늘 아침밥을 먹고 수영장 청소를 했다.

동생한테 빗자루로 물을 한 바탕 뿌리니

그동안 당한 게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유야, 고마워.

아빠와 교환일기를 써 준다고 해 줘서. 아빠는 우리 딸이 태어났을 때부터 유야랑 일기도 같이 쓰고, 책도 같이 읽고 싶었거든.

그런데 유야가 이제 엄청 폭풍 성장해서 일기를 함께 써준다고 하기도 하고, 얼마 전부터 아빠랑 만화책도, 소설책도 함께 읽어주기도 해서 기분이 엄청 좋았단다.

우리 유야가 실망하지 않게 아빠가 열심히 일기를 쓰도록 노력해볼게.


오늘 아빠는 베란다며, 수영장이며를 청소하며 반나절을 보냈어. 기억나지? 작년에 급히 수영장 사 왔을 때 말이야. 물놀이를 하게 해 줘야 한다는 일념에 총알같이 달려가서 설치할 수 있는 수영장을 사 왔었잖아. 손재주가 없는 아빠는 정말 한참의 시간이 걸려 수영장을 조립하고 물을 채웠지. 진짜 수영장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우리 물에 들어가 하루 종일 놀았었잖아. 작년에도 올해도.

그런데 올 해는 너희들과 함께 들어가서 놀지 못했어. 그냥 아빠가 물에 들어가면 물이 빨리 오염될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둘이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며 곁에서 책 읽을 수 있는 하루는 정말 여유롭고 행복했단다.

그리고 유야가 동생과 잘 놀아주는 것도 보기 좋았어.

사실 엄마와 아빠는 유야가 동생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문득문득 심술이 나고 얄밉게 느껴지는 마음도 잘 알고 있고. 아빠와 엄마도 동생이 있잖아. 그래서 빗자루로 동생에게 물을 뿌린 것도, 살짝 동생을 때린 것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한 거야.


그래도 오늘 오후에 동생과 아빠를 약 올릴 때는 둘이 호흡이 척척 맞더라. 그리고 동생과 장난치는 것도 재미있고 즐거웠지? 사실 아빠는 너무 약이 올랐었지만 둘이 웃으며 장난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가만히 누워있었단다. 그리고 사실 무더위 속에서 너무 많이 움직여서 꼼짝도 할 수 없기도 했어.


아까 잠들기 전에, 유야가 아빠를 꼭 안아주어서 너무 좋았어. 조금 덥기는 했지만.

지유가 얼마나 소중한 지 생각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잔소리를 줄여야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어.


내일 아침에도 일어나면, 달려와서 안아 줄 착한 유야. 좋은 꿈 꾸렴.

아무 걱정 없이 꿈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