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조금 덜 더웠던 날.
나는 오늘 항공우주박물관에 갔다.
그런데 거기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기구를 코로나 때문에 못 탔다.
정말 아쉬웠다.
집으로 오는 길에 솜사탕을 샀다. 정말 맛있었다.
유야는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우리 제주도로 이사 와서 처음에 항공 우주 박물관에 자주 왔었어.
그때는 아빠가 일을 하지 않고 쉬고 있을 때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창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맑고 깨끗해서 좋기는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냥 순수하기만 한 그 공기가 그리고 이따금 창안으로 들어오는 감귤꽃 향기가 낯설어서 아침마다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감귤밭을 가만히 바라만 보던 때였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원래 살던 서울도 너무 낯설었어. 우리가 이사를 마치고 얼마 뒤에 서울에 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서울의 공기도 사람들도, 사람들의 모습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져서 문득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때였기도 했고.
유야는 많이 어렸었어. 아빠가 널 목마 태우고 허브 동산을 두 바퀴 돌아도, 허브동산에 장식되어 있는 장식물에 대한 너의 이야기를 한참이나 들어도 목이 하나도 안 아플 만큼. 지금은 가끔 유야가 목마를 타면 목이 부러질 것 같지만 말이야.
그때, 유야의 손을 잡고 항공 우주 박물관도 가고, 바다도 가고, 녹차 밭도 갔어. 그냥 우리 세 가족이 (동생은 태어나기 전이니까) 생각나는 대로 아무 곳이나 가면서 아마도 아빠는 유야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 어딜 가도 유야의 작은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꼭 잡고 다녔거든.
많이 반성했단다.
유야를 위해 아빠가 사는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고. 사실 유야 덕분에 아빠가 살고 있는 거였는데.
아빠는 너를 위해 산다며 잘못된 엄살을 부리고 있었거든.
그리고 유야에게 그리고 유야 엄마에게 잘못한 일이 많다는 것을 하루하루 깨닫게 되었어.
그렇게 천천히 지금 우리의 삶이 만들어졌단다.
마치 우리 가족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조립되어가는 것처럼 말이야.
너희 오늘 솜사탕 먹는 모습 귀여웠어. 사이좋게 먹어! 하니까 가위로 정확하게 반씩 잘라먹었잖아. 설탕 덩어리 먹는다고 구박하기는 했지만 아빠는 너희 먹는 모습 한참을 바라보았단다.
네가 지난번에 아빠 일기를 보고는 일기가 아닌 것 같다고 했지? 그런데 미안하지만 아빠 일기는 원래 이래.
사실은 간단하게 적으려고 정말 노력하는데, 오늘 하루만 떠올려야 하는데, 자꾸 예전 생각도 나고 쓸데없는 걱정도 생기고. 그래서 유야에게 들려주고 싶은 생각만 골라 쓸까 고민해 봤는데, 역시 너에게는 이런저런 생각을 그대로 보여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우리 유야가 워낙 이해심이 많잖아.
늘 거침없는 유야와는 다르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음에만 담아 두었다가 결국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아빠는 많이 봤거든. 그래서 너희 남매에게도 엄마에게도 많이 말하는 수다쟁이 아빠가 되고 싶어.
다음에 항공 우주 박물관에 갔을 때는 꼭 유야가 좋아하는 중력 체험 같이 하자. 아마 그때는 중력체험도 학교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 있을 거야. 그때는 솜사탕도 1인 1개씩 들고 대신 아빠는 커피로! 이가 썩는다는 엄마의 잔소리를 아빠가 1회만 막아줄게.
그리고 오늘도 어제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뛰어와 안겨줘서 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