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다닐 때 옆집에 살던 누나가 갑자기 아팠다.
우리집은 203호였고 누나는 205호에 살았다. (204호는 없었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다정다감해서 내가 좋아하던 누나였는데.
사람들은 누나가 신병에 걸렸다고 했다.
몸에 귀신이 들어왔다고 했다.
이유없이 몸 이곳 저곳이 아프고
소화가 안되고 폐에 물이차서 숨쉬기가 힘들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파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수많은 병원을 가봤지만 모든 검사결과는 정상이었다.
어떤 의사는 우울증이라고 했고
어떤 의사는 류머티스라고 했으며
어떤 의사는 자가면역증후군 루푸스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의사들이 현대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수많은 약을 먹고 스테로이드를 주사하고 한약도 먹었지만
누나의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몸은 계속 수척해졌다.
누나는 엄마와 함께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다.
신이 내렸으니 내림굿을 하고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했다.
무당이 되면 이 모든 증상이 순식간에 나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누나는 무당이 되기를 거부했다.
매일같이 몸이 너무 아파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거의 3개월을 앓았고 몸무게는 30kg대가 되었다.
바짝 마른 누나를 보면 곧 죽을 사람처럼 보였다.
혈색은 하얗고 몸은 비쩍말라 평소의 밝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린 나는 너무 무서워서 누나가 빨리 낫기만을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우리 교회 김권사님이 누나 집에 심방을 오셨다.
권사님은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를 하시고 금요일마다 철야기도 하시는 분.
팔십 평생을 기도만 하신 권사님의 별명은 “아멘할매”였다.
늘 죽어라 기도만 하시고 말씀을 극히 아끼시던 아멘할매는 모든 교인들이 존경하는 어른이셨다.
아멘할매가 누나네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야말로 대소동이 일어났다.
귀신들린 누나가 믿을 수 없는 힘으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방방뛰며 발악을 했다.
“으악!! 에이XX 예수쟁이 왔네, 저리 꺼져 이 XX 예수쟁이야! 나 좀 그냥 내버려 두라고!”
감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을 시전하며 악다구니치는 누나에게 아멘할매가 말씀하셨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탄아 물러가라!”
그 말을 들은 누나는 그후에도 삼십분 이상을 방방 뛰더니 결국 기진맥진하여 침대 위에 뻗어버렸다
그리고는 이내 잠잠해져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놀랍게도 누나의 신병은 그 날 이후 씻은듯이 나았다.
혈색도 좋아지고 식욕도 돌아왔다.
그날부터 누나와 누나의 식구들은 모두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었다.
그 당시 중딩이었던 나는 이 사건을 목격하고는 깊은 혼란에 빠졌다.
나는 크리스찬인데 내가 목격한 이런 귀신의 존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귀신은 정말로 존재하는지 성경은 귀신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의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성경 마가복음에 있었다.
성경은 결코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사탄도 상당한 능력이 있어서 자신이 선택한 사람의 육체를 조종할 수 있고
사람의 과거를 맞추며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이 분명히 있다고 한다.
마가복음 5장에 보면 예수님이 친히 군대귀신을 쫓아낸 기록도 나온다.
하지만 내가 믿는 하나님은 이 잡귀신보다 수백배 강력하신 분이고
그 어떤 잡신이 나를 공격해도 나는 내가 믿는 신이 이길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