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의 미시건 대학교 경제학과로 유학을 왔다.
당시 미시건에는 Gary Solon 이라는 유명한 교수님이 계셨는데
이미 한국에서부터 학부 수업시간에 그분의 논문에 대해 배웠을 만큼 저명한 분이어서, 나는 이분의 계량경제학 수업이 내심 기대가 됐다.
첫수업 시간이 되어 나는 솔론 교수님은 어떤 분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강의실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막상 수업시간이 시작되자, 미키마우스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젊은 남자가 교실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처음에 교수님이 바빠서 못 오시고 조교가 대신 들어왔나 했었다.
그런데 그분이 들어오자 마자 해맑은 얼굴로 처음 하신 말씀은
“Hi! Nice to meet you! I’m Gary Solon. Call me Gary.”
교수님이 자기를 First Name 으로 부르라고 하신다.
한국에서처럼 타이 매고 근엄하게 강의하시는 교수님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그 다음 시간 강의에서 Carl Simon 교수님도 마찬가지로 “Call me Carl” 이라고 하셨다.
더 웃기는 건 학생들이 교수님한테 “Hey Carl, I don’t get it” 이라며 이해가 안 되니, 내가 이해될 때까지 설명해 달라고 하는 부탁하는 거였다.
그렇게 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석사를 마치고 전공을 바꿔서 미국 남부의 조지아 대학교로 진학했다.
그런데 여기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이제 갓 박사학위를 받고 조교수로 부임한 20대 교수에게도 반드시 Doctor 누구누구 아니면 Professor 누구누구로 불러야만 했다.
내 지도교수는 Donald McCreary 교수님이었는데 나는 석사, 박사과정 6년동안 늘 그를 Doctor McCreary 로 불렀다.
그게 입에 자연스럽게 익어서 그는 내게 있어서 항상 Dr. McCreary 였다.
이윽고 박사과정 논문디펜스를 통과한 순간 교수님이 내게 말했다.
"Call me Don"
6년간이나 Dr. McCreary 라고 불렀는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Don 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나는 6개월간 그 학교에 남아 강사로 근무했는데, 불편해서 가능하면 호칭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졸업 후 20년이 지난 지금은 편하게 Don 이라고 부른다.
(사진은 Gary Solon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