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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by 제이

군대 제대후 친구소개로 교대 다니던 여학생을 만났다. 키 170에 외모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나를 잘 따랐다. 한 다섯번 쯤 만났을까. 데이트를 아무리 해봐도 이성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내게 호감을 표하면 표할수록 난 점점 더 흥미를 잃어갔다. 더 시간을 끄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여섯번째 만났을 때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해줬다. 감자튀김을 안주삼아 생맥주를 마시던 중 이제 그만 만나자고 얘기했다. 너무 의외였다는 듯이 깜짝 놀란 그녀의 눈에는 이내 눈물이 글썽거렸고 그녀는 오늘 내게 정식으로 고백하려고 했었다는 말을 해주었다. 미안해하는 내 옆에서 한 5분 정도 슬프게 울더니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일어선 그녀가 한 말. "오빠, 마지막 술은 내가 살게". 순식간에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마친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가버렸다. 그 후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나중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지 않은 걸 보면 그 당시 내게 대해 큰 원한을 품진 않았던 것 같다.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유경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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