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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쏘쏘 Jul 30. 2019

유럽여행 중에 아이폰이 없어졌다

스물여덟에 갑자기 유럽 17편 - 베니스(이탈리아), 피렌체(이탈리아)

2019.07.13 베니스(이탈리아), 피렌체(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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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중에 아이폰이 없어졌다



잉?


리알토 다리 인증샷 찍고 피렌체 가는 8시 기차를 타야 하는 빡빡한 일정에 새벽에 기상. 몇시쯤 됐지. 나의 분신 사과폰 나와라. 베게 밑을, 내 뱃살 밑을 문질문질. 어, 왜 없지. 내 분신은 항상 손닿는 반경에 있는데.


벌떡 일어난다. 이불까지 걷어 어둠 속에서 사과폰을 급하게 찾는다. 없다. 침대를 아무리 만져봐도 없다. 어제 어디 뒀지. 분명 카카오톡하다 잤는데. 없을 리가 없는데.


어떻게 이래.


유럽여행 중에 아이폰 도난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이폰뿐만 아니라 호스텔에서 어제까지 통성명한 룸메가 내 캐리어와 함께 사라지는 경우도 흔한 일이라고. 진짜로 유럽에 오면 손목에 차고 목에 걸고 각자의 방법으로 아이폰을 지키고 있다.

철저한 사람들 보소

호스텔 초짜 시절엔 사과폰을 넣은 가방을 맨 채로, 사과패드을 스카프에 돌돌 말아 꼭 안은 채로 잤다. 화장실에도 같이 갔다. 충전은 무조건 보조배터리로. 사과폰은 어쩔 수 없더라도 사과패드는 누가 볼까봐 꺼내지도 않았다.

어디에서도 너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호스텔 5개 정도 거쳐보니 베짱이 생겼다. 다들 멀티탭에 폰 꽂아두고 노트북도 두고 다니네. 그렇게 어제는 침대 위에 그냥 아이폰을 올려두고 잔 거다.


누구지.


이 방 안에 8명 중 한 명이다. 뭔가 저 옆 침대 2층 사람같다. 2층에 올라가지 않으면 2층 침대에 놓인 아이폰이 보이지 않지.


일단 게스트하우스 주인한테 말해야 겠다. 2층에 올라갔다. 주인방에 가족들이 다 자고 있는 듯해 망설인다. 한번만 더 찾아보자. 아이패드로 영상통화를 걸어서 소리나는 걸 찾는거야. 아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와이파이가 안 잡혀!


폰 없으면 바로 귀국하는게 나아.


여행 포기까지 생각한 순간 갑자기 자다가 침대 밑으로 떨군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패드 홈 화면 불빛으로 바닥을 비춘다. 반짝반짝. 누군가의 신발 위에 내 사과폰이 편히 잠들어 있었다. 항상 그래왔지만 가장 큰 적은 나다. 유럽이라고 잃어버릴 가능성보다 나라서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지, 암.

그렇게 리알토다리 인증샷까지 잘 찍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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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감 쩌는 피렌체 명품거리


금새 피렌체에 도착해서 엄청나게 유명한 피렌체 대성당(본명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임) 앞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서있다. 무지무지 크고 독특한 모습의 성당, 이런거 보고 나면 안 봤을 때보다 세계사 공부가 잘 되겠지. 한국 돌아가서 공부하면 된다. 지금은 좀 바쁘니까.

진짜진짜진짜 크다, 역사적 의미는 위키백과ㄱㄱ

광장에 가는 걸 좋아한다. 말이 많은 편(?)인 유럽인들의 커다란 제스쳐와 롤러코스터 억양을 보는게 재밌다. 버스커들도 하나둘 모인다. 관중의 빈익빈부익부, 오늘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 타이타닉 OST 'My Heart will go on'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인기다.

나동 기타 더 열심히 쳐야징+ㅡ+

공화국 광장에서 피렌체 대성당까지 여기선 명품이 세상에서 제일로 흔하다. 도대체 누가 사는 걸까. 명품은 무생명체인데 사람 기를 죽이는 능력이 있다. 그래봤자 너도 사람 손에 태어난 거면서. 3유로에 9개 든 초코 크로아상을 먹으며 명품을 괜히 흘긴다. 명품이 불편한 것도 내 자격지심이다.

명품 살 돈은 없어도 크로아상 살 돈 있는게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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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부럽다


피렌체 대성당 앞에 무리지은 사람들. 저 무리는 영어 가이드가 진행하는 워킹투어, 저 무리는 선생님과 학생들인 듯 싶다. 눈으로 발로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 누구는 교과서 속 사각형에 든 작은 사진 한 장이 전부였는데.

두오모 대성당 앞에서 다들 열공 중이다

오스트리아(잘츠부르크)에서 이탈리아(베니스)까지 52유로, 약 7만원 주고 왔다. 나라에서 나라로 이동했다는 느낌이 1도 없다. 명절에 할머니집 가는 느낌이랄까.

나라에서 나라로 가는 방법이 세가지나 있다(유럽교통 어플, 오미오)

중국까지 단돈 7만원 주고 버스로 이동한다면 고구려 역사가 더 가깝게 느껴졌을까. 북한을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면 전쟁의 상처가 조금은 치유되었을까. 한반도 분단, 동북공정, 사드를 비롯한 미중갈등. 1960년대 냉전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이 마음 아프다.

중국에 있는 고구려 장군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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