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느껴지는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것은 항상 '고쳐야 할 문제'인 걸까? 갈등을 피한다던지 하는 몇몇 상황에서는 의도적으로 솔직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감정에 솔직한 것'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구분해 두자.
1. 감정에 솔직한 것
일단, 감정에 솔직하다는 건 뭘까? 무언가가 느껴질 때, 일단 거부하지 않고 잘 이해하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느끼는 것을 거부하려고 하게 될까? 여러 이유로 감당하기 버거워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감정에 솔직해서 얻는 건 뭘까? 마음에 쌓이는 게 없다. 또한 내 존재에 대한 강해진 신뢰와 함께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수용한 후에는 각자 나름의 방식들로 소화한다. 스스로 떠오른 감정이나 추상적인 대상에 대한 감정등은 차치하고, 여기서는 사람 간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자.
2. 사람 간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우리는 사회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내면서 생기는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살지는 않는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면, 상대가 내 감정을 얼마나 수용하는지에 대한 정도에 따라 솔직함의 정도 또한 달라지는 것 같다. 성격에 따라서도 그 정도가 다른 듯 보인다. 차라리 감추는 게 낫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에는 감춰버리기도 한다. 사회가 유지되려면 표현이 조절되어야 하는 것일까? 과연 이는 필수불가결일까?
태어나기를 다르게 태어나고,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모두가 서로의 감정을 수용하고 반영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인 한, 같은 사회에 살아가는 구성원인 한 어느 정도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생명의 탄생 이래로 40 억년 간 정교한 진화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수많은 생물 중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이니까.
비록 누군가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는 경우가 오더라도, 그런 생각마저도 표현을 함으로써 서로를 확인할 수 있다. 외적으로 변하는 것은 없을지라도, 서로를 하나의 인격으로서 존중하는 결과를 낳을 테니까.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네 상황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삶의 소통방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구태여 이렇게 하지 않을 때 더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그 안에 포함되지 못할 것이다.
너무 솔직하면 세상 살기 힘들다는 말이 있지만, 타인이라고 해서 크게 나와 다를 것은 없다. 모두가 자신을 충분히 바라보고, 서로 그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를 살피다 보면 더 다채롭고 자유로운 삶이 모두에게 찾아올 거라 믿는다. 나는 그런 세상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