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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geren Oct 16. 2023

[아침공부] 이태준의 문장강화 1

- 1강. 문장작법의 새 의의

문장이란 언어의 기록이다.

하나의 소설, 수필, 논문, 시이되, 결국 말 이상의 것이나 말 이하의 것을 적은 것은 하나도 없다.

글은 곧 말이다.


글은 작든 크든 한 편의 글로서 체재를 갖추어야 한다. 

어떠한 재료가 한 편의 글이 되려면 적어도 얼마만 한 계획과 선택과 조직이 필요하다.

명필 완당 김정희는 "난초를 그리는데 법이 있어도 안되고, 법이 없어도 안된다."라고 했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동양의 수사(修辭)나 서양의 레토릭(rhetoric)은  애초에 문장작법이 아니었고, 변론(辯論)술이었다.

말보다 문장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장수할 수 있게 되자, 

문장이 말보다 절대적인 세력으로 인류문화를 지도하게 된 것이다.


동양 수사이론 발상지인 중국의 '후 스'는 그의 [문학계량추의]에서 다음과 같은 조목을 들었다.

1) 언어만 있고 사물이 없는 글을 짓지 말 것. 즉 엉성한 관념만으로 꾸미지 말라는 것

2) 아프지도 않은데 신음하는 글을 짓지 말 것. 공연히 오! 아! 류의 애상에 쏠리지 말라는 것

3) 전고(典故)를 일삼지 말 것. 자신의 말이나 감정 없이, 고전에서 잘 따다가 채우지 말라는 것

4) 현란한 어조와 상투적인 말을 쓰지 말 것. 허황된 미사여규를 쓰지 말라는 것

5) 대구를 중요시하지 말 것

6) 문법에 맞지 않는 글을 쓰지 말 것

7) 옛사람(古人)을 모방하지 말 것

8) 속어 속자(俗子)를 쓰지 말 것.

8개 항목 중 여섯 개에서 옛 수사이론에 대한 항의를 담았다. 

예전에는 뜻이 어떻게 되든, 말이 닿든 안 닿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신경은 딱 봉해두고 작문(作文)이란 말 그대로 문장의 조작(造作)이었다. 



이제 새로운 문장작법이란

첫째, 말을 짓기로 해야 한다.

- 마음과 생각과 감정에 가까운 것은 글보다 말이다. 

  말 곧 마음이라는 말에 입각해 최단거리에서 표현을 계획해야 할 것

 

둘째, 자신만의 문장작법이어야 한다.

- 현대는 문화만반에서 개성을 강렬히 요구한다. 

   개인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 현대 문장연구의 중요한 목표이다.


셋째, 새로운 문장을 위한 작법이어야 한다.

- 산 사람은 생활 그 자체가 언제든지 새로운 것이다. 

  오늘이란 어제보다 새것이요, 내일은 다시 오늘 보다 새로울 것이기 때문에

  새것을 새것답게 표현하지 못하고, 의연히 구식으로 비효과적이게 표현해 버리고 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제3자에게 통할 수 있는 한에서는 새로운 용어와 새로운 문체를 쓸 필요가 있다


물론 나도 완전히 전통적인 그리고 고전적인 것을 무엇이고 쓰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걸 쓰기 전에 먼저 나에겐 나로서 말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다.  
- 뽈모랑(Paul Mo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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