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안전체험 (완강기 체험)

by 서한겸

나는 불안장애가 심하다. 그래서 그런지 유튜브 알고리듬에 안전, 사고 관련 영상이 잘 뜬다.

완강기 사용법 안내 영상에서 '안전체험관'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집에서 가까운 안전체험관을 알아보고 남편과 함께 화재안전체험을 예약, 오늘 하고 왔다.


1시간 정도고, 8세 이상부터 가능하고, 무료다.

교관 선생님들이 다 멋있었다.

일상에서 접할 일이 적은, 전투적이고 군기가 있는 눈빛이랄까.


지진체험, 생활안전체험(교통사고 체험 포함) CPR 교육 체험, 응급처치 체험,

수난안전체험, 생존수업 교육도 예약해서 받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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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나면 열기보다 연기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

60센티 이하로 숙여서 가라고 60센티 선이 그려져 있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낮았다.

내가 오리걸음으로 60센티 이하로 가고 있으니, 교관 선생님이

오리걸음으로 가면 힘들다고 허리 숙이라고 함.

하지만 허리 숙여서는 60센티보다 높아졌다. 무릎으로 기어야 하나...


물에 적신 천으로 코와 입을 막아야 하는데,

물 적시기 힘들면 옷으로라도 기관지 가리고 우선 탈출.

물티슈 20장이 5분동안 보호해준다고 했다.

20장, 5분. 물이 많이 필요하고 시간이 짧네. 불이란 정말 무섭다 생각했다.


체험 현장을 화재현장처럼 어둡게 해놨는데 (정전상황)

어두우니 벽을 찾아서,

물 적신 천으로 입코 가리고+60센티 이하로 숙인 채로

벽을 두드리며 가면서 문을 찾아야 한다.


소화기 분사 시간이 겨우 13초라고 한다.

탈출을 위해 비상구 쪽에 서서 분사해야 하며, 해 보고 안 되면 얼른 탈출해야 한다.

(칼을 든 사람을 마주했을 때 최선의 방법이 도망치는 것인 것과 마찬가지다 ㅠ)


갑자기 교관분이 나를 보면서 '탈출하세요!' 하셔서

얼떨결에 불 켜진데로 갔는데 내 뒤에 분들이 다 날 따라왔다.

그런데 내가 간 곳이 막다른 골목이었다. 정말 당황했다.

화재시 밝은 곳으로 가는 경향,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 그러면 안 되고 비상구 표시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실제 상황이었으면 나 포함 나 따라온 사람들 다 ... 큰일났겠찌

진짜 놀라고 무섭고 미안하고 당황스러웠다.


유리창 깨고 나갈 때는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유리창 윗부분 모서리를 반복 타격.

아랫쪽은 깨질 때 손 다칠 수 있음, 눈 안 다치게 눈 가려야 함


문 열기 전 손잡이가 뜨거우면 열면 안 되고(산소 유입되 불 커질 위험),

탈출 후 문을 닫으면 화재 확산 줄일 수 있음


고층에서는 1층보다는 옥상으로 대피

(옥상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함)


그리고 완강기 체험이 있었다. 이거 때문에 체험을 신청한 거였는데

완강기 외의 체험도 다 좋았고 무서웠고 도움이 됐다.

완강기 외의 안전고리도 더 있고, 실제상황보다 좋게 해놨음에도(쿠션 등)

높은곳에서 내려오는 게 무서워서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연습도 이렇게 무서운데 실제상황이 닥치면 과연 정신차릴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럴수록 모두들 꼭 한 번 체험, 연습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완강기 설치 방법은 유튜브에서 영상 보고 숙지해두도록 하자. 쉽다.

새로운 장소에 가면(3~10층) 완강기가 어디에 있는지,

설치 고리가 튼튼하게 돼 있는지, 창문은 잘 열리는지,

일반 완강기인지 간이 완강기인지

(일반 완강기는 여러 명이 교대로 사용 가능, 간이 완강기는 1명만 사용 가능)

층수*3미터 이상의 길이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소화전 위치, 비상탈출경로와 비상문이 잘 열리는지도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자.

소화전 사용법도 유튜브에서 공부 가능.


집에 돌아와 아파트 꼭대기층에 가서 옥상으로 가봤다.

옥상문은 잠겨 있었고,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비상시 빨간 버튼을 세게 누르면 잠금이 해제되고 문이 열리면서 건물 전체에 알람이 울린다고 써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장치 대신 CCTV를 설치해서 옥상을 어지르는 사람들을 단속하고

문을 개방해 놓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 장치가 혹시라도 오작동해서 문이 안 열릴까봐 걱정이다.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fail-safe 설계(?)라고, 고장시 안전한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그러니까

이런 경우 기계가 고장나면 그냥 문이 열리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설계됐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고.

이런 문제로 아파트 관리실에 가서 문의하면 귀찮아하고 진상 취급을 한다.

몇 년 전에 집에 있다가 화재 경보가 울렸다. 남편과 나는 1층으로 걸어내려갔다.

(우리 같은 경우 옥상으로 가는 게 맞다지만 그때는 몰라서 1층으로 감)

우리 동에서 대피한 사람은 딱 우리 2명이었다. 주말 낮이었는데.

관리사무소에 가보니 화재 경보가 난 사실도 모르고 있었고, 결국 오작동인지 여부도 확인해주지도 않았다.

무척 찜찜하고 불쾌했지만 우리가 유난이라는 취급 받고 그냥 무슨 일이었는지도 모른 채 집에 돌아왔다.


숙소에 가면 완강기가 튼튼한지, 새로운 장소에 가면 비상탈출 경로와 비상구가 잘 열리는지

확인하는 편이다. 일행들이 비웃거나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곤란하다.

카페나 쇼핑몰에서 화재경보가 울리는 경우도 1년에 몇 번쯤 있지만 아무도 대피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다 오작동이었지만, 오작동이 그렇게 많은 것도 문제긴 하지만, 오작동이어도 일단 피해야지?

내가 마침 불안장애 환자이기도 해서 민망하기도 하지만... 안전불감증인 사람도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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