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일기-내가 놓으면 된다

by 서한겸

AI가 너무나 빨리 발전함에 거의 한 달 단위로 놀란다. 일론 머스크는 일주일에 2-3번 놀란다고 했다. 요즘은 AGI라는 개념이 또 있던데 뭐가 됐든 조금 위협적이고 두렵다. 잘 모르는데 압도적인 힘이어서.

적어도 나는 먹기는 해야 하는 동물이다. 못 씻고 좁고 더러운 곳에서 자더라도, 먹기는 해야 한다. 먹을 것을 나는 앞으로 어떻게 구해야 할까? 일론 머스크가 앞으로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는 지금 자신이 가진 천문학적인 돈을 어떤 권력으로든 바꿀 것이다. 다른 무언가가 권력이 된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

앞으로는 무엇이 중요해질까? 부동산? 금? 은? 주식? 금융 소득만이 의미가 있을까 앞으로?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친구가 나에게 ISA 계좌를 만들고 미국 ETF를 시작하라고 했다. 달러는 언제까지 굳건할까? 앞으로 뭐가 중요할까? 체온? 대화? 포옹? 만약 각각 씻지도 못하고 더럽고 굶주린 상태라면 서로 대면하고 싶기나 할까? 만날 수나 있을까?

그러나 저러나 나는 지금 수입이 0원인 상태다. AI가 모든 걸 대체하기 전에 한 10년 남았을까? 5년? 그동안 설거지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다급해졌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완전히 전혀 모르겠다. AI는 인간을 유지시켜 줄까? 인간에게 관심이 있을까?


결국 나는 신체를 가진 존재라서 그런지 어제 교통사고 날뻔한 일 때문에 하루 종일 몇 번이나 화가 났다. 다치지도 않았는데 '다칠 뻔했다'는 정도로 이 정도로 놀랐다. 신체적 위협은 이성이고 정서고를 압도하는 절대적인 영향이다. 관우나 부처 정도의 강력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닌 한에야.

오늘은 명상을 20분으로 늘려 봤다. 길지 않았다. 나는 원가족 문제에 여전히 매여 있다. (어린 시절의 서러움과 억울함이 하루에도 여러 번씩 떠오른다. 특히 언니의 정서적 언어적 괴롭힘과 오빠의 물리적 폭력 앞에 꼼짝 못하고 겁에 질렸던 신체 감각이 아직도 생생히 재생되고, 남아있다. 태어나서부터 10살 때까지 그랬고, 아빠는 집에 없었고 엄마는 계모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계자녀인 언니 오빠를 혼내지도 못하고, 나를 감싸거나 보호해주지 못했으니.) 그래 여기까지는 지난 20년간 곱씹어 온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정서는 상당히 신체적이고 본능적이다. 신체적 생리적인 안전 측면에서 보면, 학대에 가까운 취급을 받으며 자랐던 아빠와 엄마 역시 불안정한 성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보다 5, 8살 많았던 언니와 오빠는 어린 시절에는 거인처럼 느껴졌지만 역시 당시에는 미성년이었고, 더군다나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고 친척집을 전전한 충격을 겪은 어린이들이었던 것이다.

그 둘이 큰집에 맡겨졌을 때, 이 둘만 빼놓고 큰집식구들이 짜장면을 시켜서 자기들만 먹은 적이 있다고 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이니 3, 6살 아니면 4, 7살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으면 얼마나 슬프고 그 감정이 몸에 남을까.

충격받고 슬프고 서러운 어린이 출신의 성인 2, 어린이-청소년 2가 있는 집에 내가 태어났다. 나 또한 충격과 슬픔 속에 자랐다. 그래서?


나는 몰랐고, 당신들은 알았잖아, 게다가 그중 2명은 40 넘은 성인이었잖아! 이게 내가 지난 20년간 마음속으로 그리고 그들의 면전에 대고 외쳐온 말이다. 나는 그들에게 사과받아야 한다고, 그들이 진심으로 미안해해야 한다고 고집스레 주장하고 있고, 그들은 그럴 마음도 여유도 없다.

사과받는 게 중요한가. 이 미움과 억울함을 붙잡고, 너무 세게 쥐어 피가 통하지 않게 하얗게 질린 주먹처럼, 마음과 몸에 쥐가 나고 괴사가 일어났다.

그냥 놓는 거야. 이제. 내가 놓는 거다. 그만하면 됐다. 이만하면 됐다. 내가 놓는 거다. 내가 놓으면 된다. 놓아야 하고, 내가 놓는 거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온몸에 피가 돌며 나른하게 힘이 빠지고 졸려져서 앉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몸이 따뜻해졌다. 심지어 언니와 오빠에 대한 사랑 비슷한 감정마저 느껴졌다. 특히 어렸던 언니와 오빠를 안아주고 싶다. 지금의 언니와 오빠가 평안하고 즐겁게 지내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이런 걸 용서라고 하는 걸까? 상대방이 미안해하지 않아도 '용서'가 가능할까? 상관 없다. 이제 나는 놓는 거다. 오히려 그렇게 오래 힘들게 붙잡고 힘들여 힘들어했던 나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신체화 증상이 즉시화된 나로서는, 마음이 풀리면 몸도 즉시 풀리는 장점도 있는 걸까. 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한 번 온몸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 내가 놓아서 풀리는 거다. 붙잡고 있던 건 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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