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4/8
어제 친구가 한 말로 마음이 상해 오늘 아침까지 한구석이 찜찜했다.
"너는 운동이 필요해."
맞는 말인데 나는 지금 운동을 조금만 해도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친구에게 말도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숨이 안 쉬어진다고 하면 심호흡을 하라, 심폐기능을 길러라 둘 중 하나의 말을 한다. 그게 대체적인 해결책이니까 그렇지. 이해한다.
친구는 자기 나름대로 내 말을 듣고 최선의 반응을 한 거다. 그 이상으로 속상할 필요 없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병을 자꾸 이야기하지 말자. 내가 알아서 노력하자. 이게 덜 속상하는 방법일 듯하다. 사실 숨이 잘 안 쉬어진다는 이런 이상한 상태 자체가 마음에 안 들고 부끄럽다. 어쩌겠어 나아야지.
상담 4번째 시간
상담사:안색이랄까 혈색이 좋아졌다.
나:머리를 잘랐다. 전시 서문 쓰기로 한 작가 만나러 가야 해서.
상담사:머리도 그렇지만 얼굴이 밝아졌다.
나:명상도 짧게라도 매일 하고, 이완 요가가 도움이 된다. 그리고 10시쯤 자니 이전보다 2시간 정도 더 일찍 자는 거다.
상담사:잠도 정말 중요하다.
나:기치료를 받았다.
상담사:상담사들도 배우곤 한다. 레이키(Reiki) 기법이다. 진짜 효과가 있다. '엄마 손이 약손이다'도 마찬가지 원리다.
나:그런가. 사이비 같고 긴장되고 무엇보다도 비싸서 못 다닌다.
상담사:비싸긴 하다. 혼자서라도 해봐라. 효과가 있다.
예상 밖으로 상담사가 인정(?)해주니 갑자기 마음이 좋아졌다.
나:이것저것 하려고 노력했다. 10시쯤 잤고, 전시 서문도 진행하고, 책도 쓰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고, 문해력 수업도 할까 하는데 사실 수업은 너무 어려울 것 같다.
상담사:수업 해보면 좋겠는데 어떤 점이 가장 두렵나?
나:매일 정해진 시간에 누군가 오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 시간이 정해져 있는 일이 정말 두렵다. 시간 약속을 정말 잘 못 지키고, 시간 약속을 지키려고 하면 그 일만 생각하면서 다른 일들을 전혀 못하게 된다. '
상담사:ADHD의 증상일 수 있다. 언제부터 그랬나?
나:평생 그랬다. 약속을 못 지키기도, 꼭 지키기도 둘 다 너무 힘들어서 25살쯤부터는 시간 약속을 아예 하지 않는 쪽으로 해왔다.
상담사:약은 먹어볼 생각이 없나?
나:플루옥세틴 2년으로 에세이를 못 쓰게 된 점이 안타깝고 무섭다. 내가 몸이 크게 안 아파봐서 모르는 거지, 큰 병 앓고 나면 많은 것이 당연히 달라지는 거겠지.
상담사:글쓰던 부분이 힘든 부분과 크게 연결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 글쓰기의 치유력이 강력한데, 글을 쓰면서 나아지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어려워도 수업 해보면 배우는 게 많을 것 같다.
나:자신감이 너무 없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고, 잘해도 그 잘하는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다. 견딜 수 없을 것 같고 견디기도 싫고... 너무 힘들다 벌써.
상담사:자신감이라는 것도 여러 면이 있다. 어떤 자신감이 필요한 것 같나?
나:자신감... 말하다 보니 열등감도 심한 것 같다. 누가 뭘 잘하면 열등감 느껴지고 질투도 심하다. 그리고 나 자신을 너무 싫어한다. 그런데 이 스스로에 대한 미움이 사실 밖에서 온 미움이라서 억울하기도 하다. 나 자신을 느끼기도 전에 미움을 너무 많이 받아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거나 판단해 보기도 전에 스스로를 싫어하게 됐다. 억울하다. 하지만 이제 벗어나고 싶다. 지긋지긋하다.
상담사:자기 자애, 자기 자비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게 참 필요하다. 자신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나를 아직 너무 싫어한다. 음...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그만큼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완벽주의 같은 말을 하기에는 완벽이 100이라 하면 10만큼도 노력을 못하기 때문에 완벽주의라고는 말하기도 어렵고 부끄럽다.
상담사:자기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이해하고, 또 동시에 뭔가를 조금씩 성취하고 이루다 보면 자신감도 생긴다. 해라. 책도 수업도. 그게 진짜 용기다.
나:자기가 진짜 못할 것 같고 이전에 못했었다면 안 하는 것도 지혜 아닐까.
상담사: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이 경우는 아닌 것 같다.
해라. 그저 해라. 두려워요. 이겨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