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변기 청소. 넓은 집은 아니지만 너무 넓다. 17~18평 정도에 아주 미니멀하게 살고 싶다... 청소할 것도 적겠지. 집에 앉아 주변을 돌아보면 적이 놀란다. 살아가는 데에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다고?
주기적으로 갑자기 물건들을 다 버리고 정리할 때도 있다.
명상하기 위해 누워서 햇볕을 받았다. 예전에 폐사지 학교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어느 산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김밥을 먹을 자리를 찾고 있었다. 산비탈에 딱 올라가서 앉고 싶은 자리가 있었다. 오목하게 들어앉아 있으면서 세 면을 나무와 얕은 언덕이 감싸주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해가 잘 들어 양지바른 곳이었다.
약간 언덕을 올라가야 했기 때문에 친구들이 안 가려 했는데 내가 저기가 좋다고 몇 번이나 말해서 거기서 밥을 먹었다. 점심시간 후에 선생님이 주변 설명을 해주셨다. 우리가 밥을 먹은 곳이 옛날에 선비들이 와서 시를 짓고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놀던 '신선대'라고 했다. 내가 신선대를 알아봤구나. 기분이 좋았다. 그곳은 기분이 좋고 기운이 좋은 곳이었다. 그곳이 생각났다.
단어 공부를 했다. '급할 급'. 어제의 '핍박할 박'과 함께, '급박' 그 자체다. 사람들은 얼마나 외부 상황에 쫓기며 살아온 것일까... 제한된 자본을 가지고서 사랑하는 나 자신과 가족을 보살피며 끊임없이 닥쳐오는 일들에 대처하며 살아가는 거다. 감동적이고 짠했다.
사전 공부는 참 재밌다. 무궁무진한 세계. 사전과 친구가 된 게 기쁘고 다행스럽다. 하지만 하루 중 새로 태어난 아이 쓰기 전에 이거 먼저 하지는 말아야겠다. 굉장히 힘이 든다.
새로 태어난 아이 조금 썼다. 감정을 빼고 이야기로 써야 한다.
오후에 다른 친구에게 또 '운동을 해야지' 하는 말을 듣고 심신에 타격을 입었다. 등을 펴지도 못하고 팔을 늘어뜨린 채로 생각해 봤다. 이 말이 왜 이렇게 힘든지.
운동해. => 운동 못 해. 숨도 잘 안 쉬어져. => 숨도 못 쉰다고? 그러면서 뭘 그렇게 한다고 해? 완전히 쉬어야지? 숨도 못 쉬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힘이 빠지고 슬퍼진다. 책이니 글이니 수업이니 애쓰고 있지만, 이럴 때가 아니라 마음까지 완전히 비우고 쉬어서 몸을 낫게 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근데 너무 오랜 '무성취 비성취'의 세월 때문에, 절대 마음 편히 쉬어지지가 않는 거다. '내적 안절부절못함'이라는 ADHD 증상에 평생 시달려온 때문이기도 하다.
못 하겠으면 놔야 하는지.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하는지. 정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