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짧고 강한 감정과 느낌들이 이어졌다. 지리멸렬 같기도 했다. 조현병이 시작되나? 싶기도 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는 낮은 산이 아름다웠다. 공기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필터가 덮인 듯 순간 모든 게 밀도 높게 보였다.
어느 건물에 붙은 전자시계에 17:07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시간은 24시간, 분은 60분. 운동회를 마친 사람들이 짐을 들고서 웃으며 인사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여러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 9시경이었다.
어떤 꽃은 아직 피어 있고 어떤 나무는 이미 초록색인 새 잎을 달고 있었다. 아직은 봄이다. 잔인하다는 4월의 11일이다.
수없이 많은 칸-창문이 검게 박혀 있는 높은 아파트들이 시야에 가득했다. 아파트에 사람들이 다 살고 나면 100년 뒤에 저 아파트의 몸은 어떻게 될까? 철근, 콘크리트, 튼튼하게도 지어 나눌 수 없이 꽁꽁 뭉쳐 있을 그것들은 다시 쓰일 수 없겠지. 한 세대에 몇 억씩 하는 그 집의 값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을 지나쳤다. 내린다고 하면 버스 기사에게 한 소리 들을 만한 타이밍이었다. 결과적으로 3초 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어쩔까 망설이다 버스는 출발했다. 강을 건너는, 유독 매우 긴 치명적인 한 정거장을 지나갔다. 집에 가는 길도 모를 정도로 멀리 와 버렸다. 이런 일이 10년에 한 번은 있는 것 같다.
명상을 겨우 해나가고 있다. 그래도 해서 다행이다.
20년 전 2달 배운 발레를 써먹고 있다. 유튜브에서 발레 또는 바레 영상을 보며 따라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것저것 찾아다니며 조금씩이라도 맛을 보았던 과거의 나를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