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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Jul 18.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718

무당벌레의 종류는 5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당근에서 어린이 과학전집을 무료 나눔 받아 왔다. 전혀 몰랐던 (사실 몰라도 큰 지장 없었던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들이 가득 있다. 오늘은 무당벌레와 깨에 대해 읽었다. 정말 재밌다. 다 읽어야지!


비를 뚫고 도서관에 가서 대여할 책 5권을 신나게 골랐는데, 저번 책을 연체 반납해서 오늘까지 대여 정지였다. 실망...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 빌리려고 했는데 아쉽다.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다.' 등등 비참한데 웃기다. 아마 자신의 비참함조차 소설가적 눈으로, 거리를 두고 보게 되니 '멀리서 보면 희극'이 되어 웃기게 되는 모양이다.


나간 김에 점심으로 돈까스를 먹었다. 중간에 배가 불렀지만 꾸역꾸역 다 먹었다. 오랜만의 고기...

저녁은 묵밥을 해서 조금밖에 못 먹었다. 주로 오전에 식욕이 넘치고 저녁은 조금 먹게 되네.

요가 다녀왔다.


책 읽기, 빌리기가 나의 조증 증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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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상담 선생님이 '약 먹은 상태, 그러니까 요즘의 생각 없는 상태를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너무 우울하거나 쓸데없는 생각이 길어질 때 활용하라'라고 했다. 그래. 좋아요. 명상이 별게 아니지. 이게 명상 아닐까.

나의 쓸데없는 생각들을 무척 소중히 여기기도 했고 그것들을 활용해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썼지만, 덜 고통스럽고 더 집중하기 위해서는 정리도 필요하다.

(약 먹기 시작한 뒤로 에세이 한 개도 못 썼다. 충격적이고 이건 좀 슬프다. 불안장애를 벗어난 나는 다른 사람이 될 것 같다.)


푸록틴캡슐은 식욕을 저하시키고 아빌리파이는 증진시킨다는 모양이다. 둘 다 먹고 있어서 그런가 식욕이 전과 같다. 하지만 이전의 식욕이 병적으로 집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식욕이 좀 더 줄었으면 하는 바람을 의사에게 말해봐야겠다.


한편 정신과에서 저번에.

정신과 의사:지금 뭘 하려고 하는 것보단 자는 게 나을 것 같다. 해도 일이 잘 되기 어려울 것 같다.

나:뭐라고 그럼 지금 내가 자는 게 나을 상태에서 그림과 글을 발표해서 자원과 남의 시간을 낭비했다는 말이냐

라고 말하는 대신

나:네... 헤... 하... 헛짓거리였나보네요

정신과 의사:그런 힘든 상태에서 그만큼 해낸 건 대단한 거죠. 스스로를 칭찬해 주세요.

나:뭐라고 내가 지금 뭐 그런 기초적인 칭찬 받고 싶어서 여기까지 찾아와서 칭찬받고 헤헤 호호 냠냠 감사합니다 꿀꺽 받아먹을 줄 잘 알고 계시는군요...

라고 말하는 대신

나:아... 하 네... 칭찬... 해야죠


이런 마음이 들었었다.

졸림은 조금씩 덜해지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의 기울기>를 영어로 번역해 보겠냐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때는 좀 사렸는데 오늘 뒤늦게 제안이 유효한지 물어보았다. 조증 덕인 듯.

<여자와 소인배가 논어를 읽는다고>를 일본 출판사에 투고해 볼 생각이다. 이 역시 조증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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