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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Jul 19.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719

꿈에서 어떤 사람, 나보다 훨씬 우월한 입지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피아노를 쳤다. 아주 잘 쳤다. 거기서 나는 죽고 싶어졌다.


왜?


어릴 때 교정하지 못해서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입모양이 출신성분의 증거처럼 가슴이 아프다. (<에디의 끝>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들은 부자가 많아서 그런지 어릴 때 이미 치아 교정을 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정말 많았다. 

가슴이 갑작스럽게 자랄 때 관리를 제대로 못해준 부모에게도... 그리고 그 결과인 지금 내 체형도 역시 후회스럽고 원망스럽다. 그리고 악기 하나 못 배운 거!


이런 거 사실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는데 그냥 원망이 된다. 그러면 여기서 제정신이라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 지금부터 운동하고 얼굴 요가를 하든 잇몸 마사지를 해서 입매를 예쁘게 만들고 노래해서 얼굴 근육 튼튼히 하고 표정 좋게 하고! 피아노는 지금부터 배우자!


근데 나는... 오랫동안... '돌아가고 싶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 쌍둥이가 있어서 걔는 어릴 때부터 운동도 하고 치아교정도 하고 음악도 배우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좋게 자란 나의 모습, 싫어하는 지금 내 모습이 아닌 내가 꿈꾸는 내 모습을 보고 싶어!' 같은 헛생각을 해왔다. 부끄럽고 지긋지긋하다. 


(디지털) 피아노를 거실로 꺼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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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갑자기 의욕이 나서 시작한 일 : 

<오늘의 기울기> 영어로 번역해 투고해 보자는 제안을 해주었던 지인에게 연락해 제안이 유효한지 물어봄. 유효하다는 대답이 옴. 내가 줄 수 있는 사례금을 이야기하고 그 정도 선에서 5~10개 꼭지를 번역해 출판사에 컨택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여자와 소인배가 논어를 읽는다고>를 일본 출판사에 투고해 볼까 하고 목차와 '슬픔을 다하는 방법' 한 꼭지를 파파고와 내 일어 실력을 이용해 번역했다. 투고 형식의 메일도 썼다. 

아사히출판, 코분샤, 아스카신샤 세 곳에 메일을 보냈다. 답신이 오길! 투고라도 할 수 있길.

나는 두 번 원고 투고를 해서 출판사와 연이 닿아 세 권의 책을 냈다. 원고 투고를 받는 메일이 보통 따로 있는데 이 투고 메일 주소를 알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한국 책을 번역해 낸 출판사의 책을 봤는데 역시 투고 메일 주소를 찾을 수 없었다. 쇼덴샤와 카와데는 '투고는 받지 않습니다'라고 되어 있어 좌절. 인기 있는 출판사일수록 이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 많은 투고 원고를 일일이 봐줄 수 없겠지. 스스로 고른 것만 내는 출판사도 많다. 

보통 해외출판의 경우 본국에서 잘된 거 그쪽에서 보고 컨택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큰 기대는 없지만 갑자기 의욕이 나서 조금 진행해 보았다.


'슬픔을 다하는 방법'을 선택한 게 잘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게 하고 싶었다. 


큰 고민 없이 일을 처리하는 게 나에게는 더 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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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작업이 무리였는지 (많이 힘들었다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즉시 편도선이 붓고 있다. 편의점에서 비타민 구연산? 드링크제를 사다 마셨다. 일찍 자야지. 내일 아플 수도 있을 느낌. 


아침저녁 약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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