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말들, 창비, 2020
저기
꽃이네.
예에.
여의도성모병원에 계실 때 엄마 맞은편 환자의 병상 옆 화병에 꽂힌 꽃을 얼굴로 가리키며 하신 말이다. 이 말을 하시고는 다시 말이 없으셨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박희병 선생님이 어머니를 호스피스에 모시고 어머니의 마지막 날들을 함께 하면서 들은 말과 그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 책이다.
진로를 고민하던 때에 박희병 선생님께 메일을 드린 적이 있다. 불쑥 연락해 온 일면식도 없는 학생에게 선생님은 친절하고도 격려가 담긴 답장을 주셨었다. 그 시절에 내가 받은 몇 안 되는 다정함이었다. 그 뒤로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팬이 되었다. 선생님의 책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 구해서 읽었고 대체로 재미있었다. (가장 재밌었던 것은 박지원의 글을 번역한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다)
선생님의 어머님은 죽음을 앞두고서도 강인하고 단정한 분이었던 모양이다. 박희병 선생의 사랑과 존경심이 가득 느껴진다. 슬프기도 하고, 임종을 앞둔 사람과 그를 위한 병원(호스피스)의 실정과 가족의 죽음을 앞둔 보호자의 고민 등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상세히 적혀 있다.
식사를 잘 못하시지만 그래도 호랑이콩 등 등 몇 가지 넘어가는 음식은 드시고 계시던 어머니의 이를 닦아드리는 것은 깜빡했던 모습도 인간적이고 무척 '나도 그럴 것 같다' 싶었다. 결국 이를 닦아 드리고 어머니가 시원하다 하시니 기뻐하는 모습도 너무 공감이 갔다.
도톰하고 매끄럽고 색이 얌전한 실다발을, 역시 매끄럽고 단단하고 간격이 넓은 빗으로 여러 번 두고두고 빗어 내린 듯한 글이다. 과거에 대해 신랄하고 모독적인 마음으로 가득 차 있던 차에 이 책을 읽었는데 가족에 대한 나의 기억조차 모두 아름답게 해석할 수 있을 듯한 느낌조차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