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맨>(2014)
왕년의 헐리웃 스타 '리건'은 어떤 단편을 각색한 연극을 준비한다. 그 단편 소설은 레이먼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의 일부이고 소설 속 인물들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관해 열띤 토론을 나눈다. 그리고 그는 연극을 준비하는 내내 (혹은 그보다 한참 전부터)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어떤 목소리에 시달린다. 그 목소리는 그를 동정하기도 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부추기기도 한다. 가족과의 관계도 자신의 커리어도 모두 망가져 스스로 밑바닥 인생이라 칭하던 리건은 극단에 새롭게 합류한 '마이크'와 함께 우여곡절 끝에 연극을 완성시킨다. 결국 연극도 가족과의 관계도, 그리고 완전히 망가졌던 자신의 커리어도 다시 회복시킬 기회를 만들어낸다. 물론 처음 그가 연극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예상한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90년대 히어로 무비 '버드맨'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으며 연극 대기실에서 '아이언맨'에 저주를 퍼붓는 그는 마치 이번 연극을 통해 단순한 스타가 아닌 진정한 예술가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연극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세상이 입증하는 것이었다. 세상이 자신을 다시 알아주길 바랬다. 왕년의 '버드맨' 리건이 아닌 한 명의 인간 '리건 톰슨'이 아직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발버둥처럼 느껴졌다.
'리건'은 자신이 연극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막연히 성공을 원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성공의 실체는 몰랐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이야기는 레이먼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과 닮았다. 카버의 이야기 속 인물들도 사랑의 실체를 전혀 모르면서 서로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해 설파한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떤 게 성공한 인생인지, 혹은 무엇이 진정한 사랑인지 모르는 건 매한가지다. 스스로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 적도 종종 있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결국 다시 틀린 답이 되어 버리기 일쑤였다. 한 사람 안에서도 성공과 사랑의 모양은 매번 달라지는데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답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가끔은 지금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 말도 안 되는 오답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치만 그걸 다시 풀어내는 것도 결국 미래의 내 몫이다. 아니다. 애초에 정답이 없는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틀린 문제에선 옳은 답이 나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