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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한결 Jan 15. 2021

육아와 코로나 19의 공통점

육아방식,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첫 번째 이야기

"대체 이거 끝이 나긴 할까요?"


2020년도를 코로나와 함께 보냈다. '우한 폐렴'이라는 단어로 처음 접하기 시작했을 무렵인 2020년도 초반만 해도 우리는 '잠시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잠시만 조심하고 조금만 참으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그 생각들을 대차게 비웃듯이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각 가정에도 마음의 준비를 할 여지 따위 없이 몰아쳤다.


아이를 출산하고 어느 정도 품에서 키운 후 어린이집을 보내고, 유치원을 보낸다. 8살이 되면 초등학교를 가고 또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다. 고3이 되면 대학의 문턱을 넘고자 전쟁 같은 입시를 치른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교육의 모습이다. 그런데 학교를 오지 말라고 한다. 긴급 보육이 아니면 가능한 집에서 아이들을 케어해 달라고 공문이 온다.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백신, 치료제는 소식이 없는 코로나 19 때문이다. 당장 맞벌이로 회사를 가야 하는 워킹맘들은 머릿속이 새까매진다. 갑자기 이렇게 오지 말라고 하면 대체 어쩌라는 건가. 24시간 육아에 치여 제대로 밥 한 술 뜨기 힘들던 육아맘들도 마찬가지다. 단 몇 시간만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여유롭게 밥도 먹고 읽고 싶은 책을 읽어보고 TV도 보려고 했는데, 다시 아이들과 24시간 지지고 볶아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냥 가정보육이 아닌, 말 그대로 집콕해야만 하는 가정보육이다. 더 이상 아이들과 가고 싶다고 마음 편하게 외출할 수가 없다. 마스크를 벗지 않도록 계속 주의를 줘야 한다. 신경도 계속 써야 한다. 내 아이 옆으로 누군가 재채기라도 하면서 스쳐 지나가면 온 몸의 긴장으로 날카로워진다. '그럴 바엔 집에나 있자.'라는 생각에 사방이 꽉 막힌 집에서 엄마도, 아이들도 그저 창 밖을 바라만 볼뿐.


그렇게 2020년, 1년을 보내왔다. 그리고 21년이 되었다. 올해도 작년과 별반 다름이 없을 것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쉽게 볼 수 있다. 하물며 코로나 19가 토착화되고 이제는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체 평소에도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 아이랑 어떻게 보냈어요?"

"미칠 거 같아요. 진짜 하루 종일 애만 보고 있자니 우울증 오겠어요."

코로나 19가 시작되고 가정보육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변에서 정말 많이 들은 질문들이다. 우리 아들은 '선천적 기관협착'이라는 희귀난치질환을 가지고 있다. 호흡은 당연히 코와 입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우리들과는 다르게 목에 삽입되어 있는 작은 튜브관으로 호흡을 한다. 그 작은 튜브관은 기관절개관이라고 한다. 수시로 가래가 발생하기 때문에 24시간 보호자가 가래를 빼주는 석션을 해줘야 한다. 안 그럼 다시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어린이집을 보내려면 이렇게 석션을 해줄 수 있는 기관을 찾아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기관절개를 하고 있으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주변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이 하는 음성을 들으면서 언어가 발달한다. 때문에 기관절개를 하고 있다 보면 언어발달이 더딜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로 기관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38개월인 지금도 아이를 늘 데리고 있으면서 집에서 일을 한다.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누가 그랬을까. 이 생활도 하다 보니 나름의 방법과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다. 물론 코로나 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는 우리 아이와 같이 호흡기 질환이 있는 아이들에겐 매우 치명적이다. 고위험군환아로 구분된다. 그렇기에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가정 역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 영향의 정도가 다른 가정들보다는 훨씬 덜함을 느끼곤 한다. 기관절개관을 하고 있다는 것은 기관지가 오픈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아무래도 감염에 취약하다. 사소한 감기도 심각한 폐렴으로 진행되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많은 곳은 애초부터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은커녕 그 흔한 문화센터 수업도 가본 적이 없다. 이미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코로나 19로 인해 조금 더 불편해졌을 뿐 생활에 있어 파격적인 변화를 경험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20년도 한 해를 보내면서 느낀 것들이 있다. 육아도 코로나 19도 바로 마라톤이라는 것이다. 육아는 몇 년만 하고 나면 끝이 나는 영역의 것이 아니다. 20년 이상의 장기전이다. 잠시만 조심하고 참으면 끝이 날 것이라 생각했던 코로나 19 역시 이제는 일상 속에 아주 깊숙이 자리하게 되었다. 외국에서부터 접종이 시작된 백신은 과연 안전한지, 언제가 되면 집단 면역이 형성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이 질병이 토착화될 것이라 말하는 전문가들이 있는 만큼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삶 역시 더 이상은 단거리 싸움이 아니게 되었다. 


100m 단거리 시합과 마라톤은 절대 같은 전략으로 할 수 없다. 100m 단거리 시합의 전략으로 마라톤에 임하게 되면 중도 포기하기 십상이다. 100m 단거리 시합은 시작부터 나의 최선을 다해도 된다. 하지만 마라톤은 아니다. 처음부터 최선을 다해서는 안된다. 페이스 조절이 필수이다. 코로나 시대 속에서 육아 또한 더더욱 이 페이스 조절은 필수가 되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예측 불가능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예측불허의 행동을 하곤 한다. 그래서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19 역시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에게 왔다. 변이 바이러스가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태로 우리에게 왔고 일상의 모든 것들을 뒤바꾸고 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 우리 사회는 이미 변화하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변화를 보다 빠르게 앞당겼을 뿐이다. 더 이상 코로나 시대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이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육아방식 또한 여러 가능성과 변화를 인정하고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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