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학교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오늘은 12월 31일이라서 밤 열두 시가 되면 종을 친대.
종 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여준다는 말에
아이들은 모두 신이 나서, 집에 가면 꼭 보겠다고 했지.
나도 집에 가서 엄마에게 말했어.
“오늘 밤에 종 친대. 나도 보고 싶어.”
그런데 엄마는 단호했어.
“안 돼. 애들은 일찍 자야 해. 키 커야 하잖아.”
바닥을 보며 입이 삐죽 튀어나왔을 때,
엄마가 다시 물었어.
“그럼,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겠어?”
왜냐고 묻자, 엄마는 이렇게 말했지.
“새벽에 해 뜨는 거 보러 가자. 가서 떡국도 먹고. 내일은 1월 1일이잖아.”
아침에 깬 나는, 내 다리에 닭살이 잔뜩 돋은 걸로
이미 바지가 벗겨졌음을 알았어.
엄마는 내복을 입히고, 바지를 입히고,
목도리와 귀달이 모자까지 씌워 주셨어.
눈만 겨우 나온, 뚱뚱한 펭귄 같은 모습으로
우리는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렸지.
거기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어.
놀이동산에서 보던 곰돌이 인형 친구들도 있었고,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떡국을 먹고, 서로 웃고 있었어.
해가 뜨자, 모두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고
휴대폰을 들고 하늘을 향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
엄마는 하늘보다 내 얼굴을 먼저 찍어 줬어.
거기선 소원을 적는 종이도 나눠 주었어.
소원을 적으면 이루어진다고 했거든.
나도 꾹꾹 눌러써서 냈지.
뭐라고 썼는지 궁금해?
비밀이야.
그래도 너한테는 말해줄게.
“우리 가족 행복하게 해주세요.
모두들 잘 되게 해주세요.
그리고… 100억 주세요.”
있지. 새해는 종소리도 아니고
사람들 사이에서 보는 해도 아니었어.
그건
엄마가 나를 깨워 입혀 주던 그 새벽처럼,
꽁꽁 언 내 손을 호호 불어주던 그때처럼
같이 있었던 그 시간으로 왔나 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난 졸린 눈으로 창밖을 보다가
아까 적어 냈던 소원을 다시 떠올렸어.
종도 못 봤고
밤도 못 새웠지만
올해 새해는
왠지 다 한 것 같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