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조용한 거리두기
타인의 성장은 언제나 우리 안의 '멈춰있는 자리'를 건드린다.
누군가 몸을 가꾸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조용히 꿈을 향해 다가갈 때 우리는 격려와 질투, 무심한 쓴말을 동시에 품곤 한다. 그들의 움직임이 곧 우리의 정체를 비추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는 일을 좀처럼 알리지 않는다.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도 주소를 건넨 사람은 손에 꼽았다. 살아가면서 천천히 깨닫는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곧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 특히 자기 성장과 관련된 일일수록 그 간극은 더 뚜렷해진다.
내 글에는 평소 드러내지 않는 마음의 밑바닥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실제의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건 여전히 조심스럽다. 나는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라, 내가 사랑하고 몰두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는 유독 깊게 파고든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소중한 것 앞에서 더 여리고 불안해지는 것처럼.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그저 재미있었다.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고 조회수가 오르는 걸 보면 은근히 힘이 났다.
그러다 어느 날, 모임에서 한 사람이 이렇게 물었다.
“그런 걸 왜 해?”
아무렇지 않은 듯한 그 한마디는 ‘시간 낭비 아니야?’, ‘그걸 해서 뭘 얻을 수 있어?’라는 의미처럼 들렸다. 그날 이후, 글쓰기는 잠시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 뒤로 나는 글을 더 조심스럽게 다루게 됐다. 브런치에서는 특히 그랬다. 내가 직접 계정을 알려준 사람은 단 두 명뿐이다. 주변의 가벼운 한 마디가 내 리듬을 너무 쉽게 흔든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하며 실제로 이런 말도 들었다.
“돈도 안 되는 거 왜 해? 댓글놀이 좀 그만해.”
장난처럼 말했지만, 그 온도는 가볍지 않았다. 비교와 거리감, 비꼼까지 스며든 말들. 관심은 항상 응원의 얼굴을 하고 오지 않는다. 때로는 평가와 통제의 형태로 다가오기도 한다.
많은 자기 계발서는 말한다.
“목표를 선언하라. 주변에 알려라.”
하지만 나는 굳이 선언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이 때로는, 가장 무겁게 돌아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독하다.”
“우리랑은 좀 다르지 않아?”
말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농담 속에는 칭찬과 질투, 친근함과 무례가 옅게 뒤섞여 있다. 그래서 나는 무심한 시선과 마주하는 일을 줄인다. 내 예민함을 잘 보존하여 ‘문제’가 아닌 ‘능력’으로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섬세함은 나를 이루는 중요한 결이고, 제대로 보살피지 않으면 너무 쉽게 닳아버리는 능력이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의 말 한 줄에 멈춰 섰던 적이 있는가.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에게 깊게 닿고, 놀랄 만큼 쉽게 흔들리는 존재다.
언젠가부터 나는 ‘나만의 조용한 거리’를 둔다.
그 거리는 마음이 쉬어가는 틈이며
감정이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작은 공간이다.
그리고 그 공간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세계를 잃지 않고 걸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