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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 Oct 03. 2022

라스베이거스는 늘 간호사가 부족해

미국에서 nurse로의 새로운 시작 3

익숙해진 캘리포니아를 떠나 라스베이거스에 왔을 때가 벌써 14년 전이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2살이던 아들이 내년에 입시를 앞둔 16살이 됐다는 사실만이 세월을 알려주는 듯하다.

나는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 라스베이거스를 여러 번 왔었다. 나는 라스베이거스를 좋아했었다. 그곳은 늘 맛있는 것과 놀거리가 넘쳐 나고,  세상 화려한 볼거리로 활기 찬 도시를 누군 들 안 좋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라스베이거스의 여름이 100도(화씨)가 넘을 만큼 덥다는 것과 건조하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으니,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을 벗어난 삶에 대해 무지 그 자체였다.




나는 라스베이거스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거창하게 공부라기 보단 관광객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서 먹고 사는지, 어디 사는지, 한국인은 얼마나 사는지 등 에 대한 것과 함께 병원에 대한 정보도 알게 되었다. 라스베이거스는 valley health system에서 운영하는 병원 4개와 HCA (현 내가 근무하는 병원)가 운영하는 3개의 병원과 시에서 운영하는 trauma 병원이 존재했으며, 여러 개의 outpatient surgery center가 존재하는 것을 알았다.

  이제 고민은 '누가 나를 받아 줄 것인가?',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먹고살 것인 가?'이다.




나는 이미 한국의 대학 병원 경력과 캘리포니아에서의 1년 반이라는 경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걱정은 처음 미국에 왔을 때의 그것과 비교해 봤을 때, 흔히 병원에서 쓰는 0-10 scale로 빌어 2와 10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 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내가 평생 해 온 일이며, 나름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지 않았는가.

게다가 라스베이거스는 간호사가 부족하단다.

'이번에도 outpatient surgery center로  갈 것인가?'

아님 '이번 기회에 병원에 들어가서 경력을 쌓아야 할까?'

나는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늘 하듯 두 개의 선택지를 두고 장점과 단점을 적어 내려갔다.


종합병원

장점- pay가 많다.(실제로 시간당 많게는 10불 넘게도 차이가 난다.)

       일주일 12시간 3일만 일한다.(보통은)

       교육과 성장의 기회가 많다.

       여러 분야의 technician들이 각자의 분업화된 일을 한다.

단점- on call(당직)이 있다.

        다양한 큰 수술을 시행한다.(육체직으로 힘들고 환자들도 위험인자가 많다.)


outpatient surgery center

장점 - 근무시간이 비교적 일정하다. (6시 ~ 2시)

           간단한 수술로 육체적 소모가 적다.

단점 - pay가 적다.

        모든 일을 간호사와 surgical technician이 한다.(청소 포함)

         반복적인 일들로 지루하고 성장의 기회가 적다.

          





나는 고민 중에 인터넷을 전전하며 나와 딱 맞는 곳을 찾고 있었다. 들은 대로 간호사를 필요로 하는 곳은 넘쳐나고 있었지만 나와 꼭 맞아떨어지는 곳은 말처럼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을 끌며 집에만 있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닌지라 나는 곧 결단을 내려야 했다.

종합병원의 per diem(한국말로 일용직, 필요할 때만 불려 가는 것)

outpatient surgery center의 part- time

'그래, 일단 병원도 경험을 해 보고 어떤지 간을 보면서 만만한 surgery center에서 조금 쉽게 가보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 보겠다고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세상사 모든 게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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