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형편에 맞게 개원을 하기로 결심을 한 뒤, 우리는 마음속에서 서울, 그리고 경기도까지 선택지를 지워버렸다. 수도권의 월세와 보증금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번쩍번쩍한 인테리어도 마음속에서 밀어냈다. 물론, 나도 대리석이 좋지만, 환자들도 대리석 바닥의 한의원을 더 좋아하겠지만, 돈이 없었다.
그렇게 많은 것을 포기해도 우리 형편에 맞는 매물은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자 낙심한 채 몇 달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마음에 쏙 드는 한의원이 나타났다.
양도매물을 내놓은 한의원 원장님과 연락을 잡고 한의원에 다녀왔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곳으로 꼬불꼬불(정말 구불구불했다. 국도의 시골길이 참 멋있었지만 생각이 많아지기는 했다. 시골은 시골이구나.) 한참을 차를 타고 달렸다. 그러자 다시 읍내가 나타났는데, 그곳에 우리가 방문하기로 한 한의원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의원은 괜찮아 보였다. 생각보다 넓어서 우리 둘이 하기에도 충분하고, 엘리베이터도 있고, 직원들도 승계가 가능해서 당장 직원을 구해야 하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은 약간 상기되었지만 여전히 두려운 낯빛으로
이 한의원을 양수하자고 하였다.
남편은 한의원을 열고 싶다기보다, 오직 갓 태어난 딸이 조금이라도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한의원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며칠 뒤 남편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퇴사 통보를 하였다.
남편 직장의 원장님은 처음엔 좀 당황하셨다가, 남편이 한의원을 열고 싶은 이유와 양도받으려는 한의원 상황을 설명하니 아래처럼 응원해주셨다고 한다.
"네. 개원하셔야죠, 꼭 성공해서 마이바흐 타고 저희 병원에 놀러 오세요."
마이바흐. 나는 마이바흐라는 차를 그때 처음 알았다. 지금 인테리어 할 돈도 없는데 과연 마이바흐는 살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어쨌든 남편이 전 직장에서 무사히 퇴사를 할 수 있어서 후련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지방의 한 한의원에 계약금을 입금하고, 우리는 한의원 오픈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현재 한의원이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되어 있기는 한데 근린 1종으로 바꾸려면 용도변경신청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주차장 확보, 소방시설, 장애인편의시설 등 또 갖추어야 할 요건이 늘어난다.
이걸 진행하다가 오히려 돈이 더 드는 것 아닐까?
이걸 진행하다가 개원 시기가 더 늦춰지면 안 되는데.
이미 남편은 이전 직장에 관둔다고 말해버렸는데.
지금이라도 이전 직장에 돌아가서 '원장님, 죄송해요. 제발 다시 뽑아주세요.'라고 말할까?
당장 수입도 없고(나의 주말 대진이 전부였다),
우리 과연 한의원 열 수 있을까?
그렇게
서류와 행정과의 (나 혼자만의) 싸움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