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고 개원하기 (4) 보건소와 관공서를 전전하다

by 솔아Sora

아기, 특히 모유수유하는 아기를 두고 개원준비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 시기에는 아기가 분유거부에 젖병거부로 유축모도 먹지 않고 오로지 직수, 내 가슴만 원했기에 나는 개원 준비를 하며 아기를 액세서리처럼 데리고 다녔다.


한의원 오픈 준비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한의원 개원한다고 정부에 신고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신고하려 보니 제도의 문턱에 부딪혔다. 신고제라 했는데 좀 깐깐하다(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것이니 이해는 하다마는).

한의원은 신고제라고 학교 다닐 때 분명 배웠는데,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라 난 허가받을 필요가 없을 줄 알았다. 즉, 한의원을 열겠다는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 요건이 간단하면서도 막상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난 고작 한의원 하나 여는 것도 머리가 쥐어터질 것 같은데 병원은 허가제이고 요건도 더 복잡할 텐데 어떻게 다 준비하는 걸까. 대단하다.


아무튼 나는 한의원을 열기 위해 근린 1종으로 바꿔야 했고

근린 1종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관할구청에 서류를 접수하여야 한다.


그리고 보건소가 근린 1종이라고 쓰여있는 서류를 보고 한의원 개설 신고를 접수해 주는 것이다(허락이란 말을 무척이나 쓰고 싶다. 이 정도면 허가제 아니니.)



그런데 이 근린 1종이라는 것에 대해 보건소와 관할구청이 서로 말이 달랐다. 개원하세요 땅 최종 도장을 찍어주는 건 보건소라 난 보건소 직원께 읍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건소가 원하는 근린 1종이라고 명시하는 건 관할구청인데. 결국 조언을 구하기 위해 건축사무소도 전전해 보았다.




그렇게 난 하루가 멀다 하고

보건소, 관할구청, 건축사무소 등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모유수유하는 아기와도 같이.

밥통(나)이 나가는데 아기는 안갈수랴.

그런데 관공서에 아기띠를 하고 갈 수는 없으니(갈 수는 있겠다만 일처리가 늦어질 테니)

일단 시부모님과 아기와 관공서 앞까지 같이 가서 아기는 시부모님과 주차장에 있는 동안 나는 관공서를 다녀오는 식으로 일처리를 했다.



전화는 아침 산책시간을 노렸다. 매일 출근도장을 찍고 그 결과를 다음날 아침 전달받는 관공서들과의 전화 타임(!)이 있었다. 그런데 전화하는 동안 아기가 딴짓하거나 위험한 짓을 할 수도 있으니 통제가능한 상황을 마련하기 위해 일단 집 밖으로 나가 유모차에 묶어(?) 놓고 핸드폰을 들었다.



그렇게 천고의 노력 끝에

천고라기보다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끝에

보건소는 우리에게

드디어 한의원 개설 신고 '접수'를 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신이 나서 옆에 있던 아기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하지만 보건소는 접수를 해주겠다고 했지 도장을 찍어주겠단 말은 안 했다.




우리 앞에

한의원 열기 위한 두 번째 산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소방점검이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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