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을 개원하려면 소방점검을 통과해야 한다.
소방점검을 통과해야 보건소에서 한의원 개원을 처리(허락) 해 준다.
(바로 해주는 건 아니고 보건소 점검도 또 받아야 한다.)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는 방구석 선비였던 나는 소방점검은 그냥 지역 소방서에서 받으면 되는 줄 알았다.
이번에도 무식한 막무가내로 돌진했다. 아기가 없었으면 그냥 다짜고짜 소방서에 가서 물어봤을 텐데 아기가 있어서 일단 전화기를 들었다.
다짜고짜 한의원이 있는 동네 소방서에 전화로 여쭤 보았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저희가 한의원을 열려고 하는데요. 혹시 특별히 준비할 게 있을까요?
-아 저희는 소방서고요, 의료기관 소방점검은 소방본부 예방과에서 합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난 굉장히 머쓱해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소방서까지 안 가서 다행이다. 귀찮게 해 드릴 뻔했네). 그래도 무식한 시민에게도 이렇게 친절히 알려주셔서 감사했다.
다시 인터넷으로 소방본부 예방과 전화번호를 찾아 다짜고짜 물어봤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저희가 한의원을 열려고 하는데요. 혹시 특별히 준비할 게 있을까요?
-아 네, 방염 벽지랑 방염커튼, 방염 이불 등 방염이 되는 소재여야 하고요, 그 외 병원 급 아니면 특별한 점은 없을 겁니다.
휴 다행이다.
방염벽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다행히 현재 벽지는 종이다. 종이벽지라 도배를 새로 안 해도 된다. 도배할 시간도 없었고
아기를 옆에 두고 커튼을 달 수는 있지만 아기를 옆에 두고 도배는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방염커튼도 사고 방염 이불도 사고
우리는 소방점검을 받을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소방점검은 매우 까다로웠다.
-비상등 방향이 틀렸다. 바꿔라.
-여기 있는 이 창문 커튼도 방염이어야 한다.
-여기는 왜 화재경보기가 없냐.
(아주 구석구석 잘 찾아내셨다.)
등등 여러 지적을 받았다.
(특별한 점은 없을 거라면서요..!)
분명
우리는 건물주에게 건네받은 소방사설업체에 연락해
그쪽을 통해
미리 모의고사,
즉 사전점검을 받았는데도
역시 사설업체와 관공서는 달랐다.
그래서
남편이 나사로 비상등 풀고 방향 바꿔 새로 달고
방염커튼 더 사고
화재경보기를 급히 하나 더 샀다.
아기는 아빠가 화재경보기 다는 모습이 신기한지 눈이 동그래져서 아빠를 쳐다봤다.
그렇게 (이번에도 아기를 안고) 소방점검 재시험을 통과했다.
또 불통일까 봐 쫄깃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소방점검을 엄격히 했는지는
반년 뒤 실제 한의원에 불이 나며(!)
아, 엄격하게 하는 것이 맞는구나라고
절로 느끼게 되었다.
(이 이야기도 나중에 써보겠습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고
작게.. 불났고 금방 껐습니다...
모두 불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