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고 개원하기 (10) 개원과 육아의 공통점

우선 둘 다 힘들다

by 솔아Sora


어쩌다 보니 한의원 개원과 육아를 병행하게 되었다.

하다 보니 개원과 육아는 꽤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선


공통점 1. 하기 전엔 모른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남이 하는 건 쉬워 보인다.


임신했을 때 백일 된 아기를 키우는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아기는 그저 타이니모빌만 틀어주면 되고 잘 자고 잘 먹이면 되는 줄 알았다. 경솔하게도 그때는 육아가 쉬워 보였다. 낳기 전에는 몰랐다. 친구는 전쟁 같은 육아현장을 보내고 있는데 나는 그저 빙산의 일각도 아니라 우주선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지구가 평온하다고 전쟁 같은 건 없다고 어리석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자신의 일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아 친구도 힘들었겠구나.


한의원도 비슷하다. 심지어 한의원에서 (고용되어) 일을 하면서 대표원장님이 이런저런 잡무로 힘들어 보여도 그 정도까지 힘들 줄 몰랐다. 친구들이 개원하면 매우 힘들다고 했는데 그 힘듦을 겪어 보고 알았다. 뭐든지 겪어봐야 안다. 자신의 일이 되어 직접 느껴봐야지만 알 수 있다.




공통점 2.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끝나지가 않는다.


돌쯤 되어 육아의 난이도는 절정을 닿는 듯하면서도 또 다른 측면에서는 생각보다 수월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쉬워졌다고 생각하면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이젠 아기랑 상호작용이 되는 것 같아 혼잣말하며 뻘쭘하진 않은데 아기가 걸으려고 하며 각종 낙상사고가 걱정된달까.

먼저 아기를 낳은 육아선배인 친구한테 물어봤다.

-도대체 육아는 언제 편해져?


야, 네가 죽어서 눈 감을 때 편해진대.



친구 말로는 자식걱정은 평생이라고 한다. 하긴 우리 부모님과 시부모님을 봐도 아직도 운전조심해라, 감기조심해라 우리 걱정뿐이다.


한의원 개원도 비슷하다. 이 문제가 풀리면 새로운 문제가 나타난다. 환자가 안 오면 안 와서 걱정이고, 그러다 잘 와서 드디어 잘되나 했더니 이번엔 난데없이 불이 났다. 직원이 갑자기 아파서 대타를 구해야 하고, 화장실 하수구가 막힌 것도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평온한 날이 손에 꼽는다.




공통점 3. 그래도 보람 있다.

그렇게 힘든데도 육아를 지속하고 한의원을 계속하는 이유는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돈도 그 보람에 포함되지만)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나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조금 과장을 보태

가슴이 벅차오른다.

특히 대학병원에서도 못 고친 질환들을

(가끔 과장을 하시는 환자도 있지만)

원장님 덕분에 고쳤다거나

수십 년 동안 고생했던 질환을 원장님 치료받고 싹 없어졌다는 말을 들으면

그동안 나도 고생했던 마음이 싹 사라진다.



개원과 육아.

병행하기 결코 쉽지는 않다.

그리고 둘 다

내가 완벽하게 잘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되는대로 어찌어찌 하루하루 버티고 버텨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우리 아기를 위해

그리고 자식 같은 한의원을 위해

오늘도 출근을 한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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