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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Sora Sep 21. 2024

남편이 눈치 없이 왜 그러냐고 말했다

오늘은 곧 결혼하는 시누이 부부와 밥을 먹기로 한 날이다.


결혼 축하 기념 밥을 먹기로 한 것인데,

남편은 어머니가 아기를 봐준다고 아기 없이

"우리끼리만" 밥을 먹자고 한다.


그러면서 남편은 신이 났는지 무엇을 먹을지 열심히 네이버에 검색해 본다.


남편이 검색해 본 단어는 다음과 같다.


-OO(우리 지역 명칭) 맛집

-OO 데이트 식당

-OO 레스토랑

-OO 이자카야

-OO 노키즈존


남편도 나름 아기 키우면서 많이 힘들었나 보다. 아주 열심히 눈이 혈안이 되어 찾는다.


그래서 내가 찾는 팁을 알려줬다.


"OO 자유부인이라고 검색해 봐"


"응? 자유부인이 무슨 뜻이야?"


"지금 우리가 누릴 예정인 거. 아기 두고 자유 즐기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아."


"아하"

하고 남편은 열심히 검색하더니 원하는 장소를 드디어 찾아냈다.


시어머니와 시동생 부부가 곧 도착하였다.


오래간만에 둘만의 데이트라 설레는 마음으로 나가려는 찰나,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아기가 시동생의 예비 남편분을 보고 엉엉 운다.

평소 낯을 잘 안 가렸는데 오늘따라 낯을 가리면서 내가  안아서 달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아기가 우는 것이 안쓰러워서 아기도 같이 데려가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아가도 같이 갈까?"라고 말을 했는데

남편은 대답을 얼버무리더니 따로 나를 방으로 불러냈다.



그리고는 말했다.


"눈치 없이 왜 그래. 너 평소에는 내 속마을 잘 캐내잖아. 오늘따라 왜 그렇게 ^^ 눈치가 없니."


남편이 이런 말을 조용히 하는데 너무 웃겼다.


아. 너도 아빠 역할 하느라 참 많이 힘들었지.

그동안 우리끼리 데이트도 잘 못해보고 (사실 시부모님, 시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셔서 조금씩은 했었다. 아 예전에 조금씩 했었는데 최근에 잘 못했다. 어쩐지 요새 남편이 틈만 나면 우리 둘이 놀러 갔다 올까, 우리 둘이 고기 구워 먹을까 등등 자꾸 둘둘 타령을 했었다) 요새 아기가 이앓이를 하는지 자주 잠에서 깨서 육아가 좀 힘들긴 했었다.


아무튼 남편 소원대로

'눈치를 챙긴' 나는 우는 아기를 뒤로 하고 시동생 부부와 밥을 먹으러 나왔다.


막상 밥을 먹으러 나오니 아기 없이 성인들끼리 대화를 하면서 마음 편히 밥을 먹으니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카페도 남편이 눈이 빠지도록 검색해서 고르고 고른 "노키즈존 카페"에 갔다.


아기자기한 소품도 많고 고즈넉한 카페였다.

그런데 음료와 디저트 스푼, 포크가 나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스푼과 포크를 테이블에

"탕탕탕"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차, 여기 아기 없지.'


집에서 아기의 오감 발달을 위해 하던 버릇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뒤늦게 깨닫고 황급히 수저를 숨겼다.


'아, 빨리 가서 아기 보고 싶다.'


그래도 우리는 제대로 된 힐링타임을 가진 뒤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아기는 시어머니와 잘 놀고 있었다고 한다.



밖에 나갔다오니 아기에게 더 열정적으로 놀아주게 된다. 에너지 충전이 된달까.

그래도 이제 아기 없이 너무 오랜 시간 돌아다니기에는 아기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남편 눈치도 봐야 하고' '아기도 잘 챙겨야 하고' 좀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시간이 행복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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