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낯을 잘 안 가렸는데 오늘따라 낯을 가리면서 내가 안아서 달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아기가 우는 것이 안쓰러워서 아기도 같이 데려가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아가도 같이 갈까?"라고 말을 했는데
남편은 대답을 얼버무리더니 따로 나를 방으로 불러냈다.
그리고는 말했다.
"눈치 없이 왜 그래. 너 평소에는 내 속마을 잘 캐내잖아. 오늘따라 왜 그렇게 ^^ 눈치가 없니."
남편이 이런 말을 조용히 하는데 너무 웃겼다.
아. 너도 아빠 역할 하느라 참 많이 힘들었지.
그동안 우리끼리 데이트도 잘 못해보고 (사실 시부모님, 시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셔서 조금씩은 했었다. 아 예전에 조금씩 했었는데 최근에 잘 못했다. 어쩐지 요새 남편이 틈만 나면 우리 둘이 놀러 갔다 올까, 우리 둘이 고기 구워 먹을까 등등 자꾸 둘둘 타령을 했었다) 요새 아기가 이앓이를 하는지 자주 잠에서 깨서 육아가 좀 힘들긴 했었다.
아무튼 남편 소원대로
'눈치를 챙긴' 나는 우는 아기를 뒤로 하고 시동생 부부와 밥을 먹으러 나왔다.
막상 밥을 먹으러 나오니 아기 없이 성인들끼리 대화를 하면서 마음 편히 밥을 먹으니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카페도 남편이 눈이 빠지도록 검색해서 고르고 고른 "노키즈존 카페"에 갔다.
아기자기한 소품도 많고 고즈넉한 카페였다.
그런데 음료와 디저트 스푼, 포크가 나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스푼과 포크를 테이블에
"탕탕탕"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차, 여기 아기 없지.'
집에서 아기의 오감 발달을 위해 하던 버릇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뒤늦게 깨닫고 황급히 수저를 숨겼다.
'아, 빨리 가서 아기 보고 싶다.'
그래도 우리는 제대로 된 힐링타임을 가진 뒤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아기는 시어머니와 잘 놀고 있었다고 한다.
밖에 나갔다오니 아기에게 더 열정적으로 놀아주게 된다. 에너지 충전이 된달까.
그래도 이제 아기 없이 너무 오랜 시간 돌아다니기에는 아기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남편 눈치도 봐야 하고' '아기도 잘 챙겨야 하고' 좀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시간이 행복한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