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51. 예언자의 요령-보통 사람의 행동 방식을 미리 추측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불쾌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항상 가장 적은 양의 정신밖에는 소모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해야 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8)
우리는 모두 불쾌한 상황을 피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본능은 이성이나 복잡한 논리보다 훨씬 강력하게 우리의 행동을 좌우한다.
나는 퇴근 후 집에 가서 쌓인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불쾌할 때가 많다. 이때 가장 적은 양의 정신을 소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내일로 미루는 것'이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면 되지'와 같은 자기 합리화를 통해 불쾌한 상황을 회피하곤 한다. 이처럼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쾌함을 피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하며, 이는 곧 우리 자신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단서가 된다.
니체는 이러한 심리를 간파하는 사람을 '예언자'라고 부른다. 예언자는 사람들의 깊은 속마음이나 복잡한 생각을 읽는 것이 아니다. 그는 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에 주목한다. 사람들이 불쾌함을 피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고, 그 예측을 바탕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나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과정을 넣어본다.
어떤 사람이 해야할 일을 계속 미루고 있을 때, 나는 그가 왜 미루는지에 대한 복잡한 심리적 배경을 분석하기보다, 가장 적은 정신적 노력을 소모하는 길을 택한다고 예언해 본다. 예언은 그가 마감 직전에야 급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낸다. 어떤 지인이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지 못할 때, 나는 그에게 '건강을 해치는 불쾌함'보다 '습관을 바꾸는 정신적 노력'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게 된다. 그는 당장의 편안함을 택하며, 이는 그의 행동을 예측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니체의 이 아포리즘은 복잡해 보이는 인간의 행동 이면에 단순한 원리가 숨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심리학적 분석보다, 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에 주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통찰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보는 것이 과연 사람들의 복잡한 가면 뒤에 숨겨진 진실인가, 아니면 불쾌함을 피하려는 단순한 본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