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과 노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52. 유일한 인간의 권리 – 관습적인 것에서 벗어난 사람은 비범한 것에 바쳐진 제물이다. 관습적인 것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관습적인 것의 노예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8)


'관습적인 것에서 벗어난 사람'은 사회가 정해놓은 익숙한 길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사람이다.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다. 니체는 이들을 '비범한 것에 바쳐진 제물'이라고 표현한다. 그들이 겪어야 할 어려움과 희생이 크다는 의미다.


안정적인 직업 대신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사람의 경우다. 주변에서는 "그걸로 먹고살 수 있겠냐", "왜 편한 길을 마다하냐"는 걱정과 비난이 쏟아진다. 그에게는 사회가 정해놓은 '관습적인 길'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 '비범한 것에 바쳐진 제물'이 되는 과정이다. 초기에는 수입이 불안정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생한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이들을 보며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고, 예술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큰 보람을 느낀다. 관습을 벗어난 길은 분명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비범하고 값진 경험을 선물한다.


'관습적인 것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사회가 정해놓은 익숙하고 안전한 길을 택한다. 이들은 안정과 편안함을 얻지만, 니체는 이들을 '관습적인 것의 노예'라고 부른다. 자신의 진정한 욕망과 개성을 억누르고, 사회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는 삶은 결국 자유를 잃은 노예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흥미나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다.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삶을 살지만, 가끔 그의 눈빛에서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보게 된다. "나는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그냥 다들 이렇게 사니까 나도 이렇게 사는 거지"라는 말을 들을 때면, 그가 사회의 관습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 갇혀 스스로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꿈과 열정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니체가 말하는 '노예'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제물'이 될 용기를 가지고 비범한 삶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노예'가 되어 관습적인 삶에 안주할 것인가? 니체는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이 두 가지 선택이 가져올 결과와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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