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미학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53. 동물 아래로 내려가 – 인간이 고함치며 웃을 때 그는 지속함에서는 모든 동물을 능가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8)


동물도 소리를 내거나 감정을 표현하지만, 인간처럼 '고함치며' 웃는 동물은 없다. 이 웃음은 단순히 기쁨을 넘어, 복잡한 감정과 생각의 결과물이다. 니체가 말하는 '지속함에서 능가한다'는 것은 웃음의 물리적 지속성뿐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지속성을 의미한다.

심리적으로, 인간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통해 잠시나마 고통을 잊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이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정신적 회복력이다.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이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농담을 주고받거나 웃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다지는 인간적인 모습이다.

사회적으로, 웃음은 공동체 내에서 유대감을 강화하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게 돕는다. 직장인들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속에서도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것은 스트레스를 풀고, 다음 날을 버틸 힘을 얻는 방식이다. 유머와 웃음은 집단의 결속력을 높이고,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한다.

니체의 통찰은 웃음이 단순히 즐거움의 산물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는 인간의 특별한 전략임을 보여준다. 블랙 코미디나 풍자 예술처럼, 비극적인 현실을 웃음으로 바꾸는 장르들은 인간이 고통을 직시하면서도 그것을 웃음으로 이겨내는 능력을 증명한다. 이는 인간이 부조리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니체는 웃음을 통해 인간이 가진 독특한 생존 전략과 정신적 우월성을 보여준다. 웃음은 삶의 무게를 견디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인간만의 강력한 무기다. 인간이 고통과 부조리 속에서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이자 힘이다.


웃자. 웃어 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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