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의 즐거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54. 얼치기 지식-외국어를 조금밖에 알지 못하는 사람은 외국어를 훌륭하게 말하는 사람보다 외국어에 대해 더 큰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얼치기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는 만족이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8)


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간단한 단어를 말하고 짧은 문장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즐거워한다. "안녕하세요" 한마디를 내뱉고 상대방이 알아들을 때, 그는 언어의 장벽을 허문 듯한 성취감을 느낀다. 이런 작은 성공들이 쌓여 외국어 학습에 대한 흥미와 만족감을 키운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는 순수한 기쁨과 가능성이 가득하다.

새로운 기술이나 취미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악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간단한 동요 한 곡을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한다. 코딩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기본적인 프로그램 하나를 완성했을 때 환호한다. 이들에게는 지식의 깊이보다 '새로운 세계를 맛보고 있다'는 설렘과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큰 만족감을 준다.

외국어를 훌륭하게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에 만족하기보다, 더 완벽한 표현을 찾고 미묘한 뉘앙스까지 파악하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미 많은 것을 알기에, 자신의 부족한 점이 더 명확하게 보이고, 그 부족함을 채우려는 갈증이 커진다.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실수에도 예민해지고 만족감보다는 부담감을 느끼기 쉽다.

이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에게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숙련된 음악가는 자신의 연주에서 작은 불협화음 하나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완벽을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자신의 코드에 숨겨진 비효율성을 찾아내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한다. 이들에게는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만족감을 압도한다.

얼치기 지식은 아직 미완성이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우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완벽의 부담에서 벗어나, 순수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인간이 지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식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진정한 만족은 지식의 양이나 깊이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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