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56. 근면함과 양심적인 것 – 근면함은 과일들을 덜 익은 채로 나무에서 따려고 하는 반면, 양심적인 것은 과일들이 떨어져 깨질 때까지 너무 오래 매달아 둠으로써 근면함과 양심적인 것은 흔히 적수가 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9)
근면함은 목표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부지런히 행동하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특성이지만, 때로는 성급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충분히 숙고하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는 것이다.
어떤 공무원은 새로운 정책이나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최대한 빨리' 시행하려고 했다.그는 밤샘 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모든 절차를 빠르게 진행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여론 수렴 과정을 생략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마치 덜 익은 과일을 따는 것처럼, 겉으로는 신속하게 정책을 추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정책의 실효성이나 시민들의 만족도는 떨어졌다. 빠른 성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책의 완성도나 장기적인 영향을 간과한 것이다.
양심적인 것은 '과일들이 떨어져 깨질 때까지 너무 오래 매달아두는' 모습에 비유된다. 양심적인 사람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 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는 책임감과 신중함의 표현이지만, 때로는 과도한 완벽주의로 인해 일을 지연시키거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어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끝없이 수정하고 보완했다. 그는 작은 붓 터치 하나, 색상 하나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수년 동안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다. 결국 그의 작품은 세상에 공개되지 못하거나, 너무 늦게 공개되어 시대의 흐름을 놓치게 되었다. 마치 나무에 너무 오래 매달려 있다가 결국 떨어져 깨지는 과일처럼, 완벽을 추구한 나머지 적절한 시기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니체는 이처럼 근면함과 양심적인 것이 각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서로 충돌하며 '적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근면함은 속도를 중시하여 완성도를 해칠 수 있고, 양심적인 것은 완성도를 중시하여 적절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 두 가지 미덕이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 우리는 최선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때로는 덜 익은 과일이라도 빨리 따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완벽을 위해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고, 각 미덕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그 단점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