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57. 의심을 품는 것 – 사람들은 좋아할 수 없는 인간들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으려고 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9)
나는 가끔 사람들의 관계를 보며 생각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명확하게 설명된 사실보다 감정의 흐름에 더 쉽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할 수 없는 누군가를 마주했을 때, 나의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의심의 씨앗이 먼저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우리는 좋아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충분한 근거와 논리를 찾기보다 이미 마음속에 있는 '싫다'는 감정을 정당화하려 애쓴다. 그들이 내놓는 선한 의도조차 '표를 얻기 위한 위선'으로 해석하고, 사소한 실수나 흠결은 '본성을 드러내는 결정적 증거'로 침소봉대한다. 이 과정에서 진실이나 사실관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싫다'는 감정을 정당화하고, 그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의심은 진실을 향한 탐구 정신이 아니라, 감정적 확신을 지키기 위한 방패이자 무기로 전락하고 만다.
나는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거나 호의를 보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그들의 친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먼저 의심부터 하곤 했다. '나에게 왜 잘해주는 거지?', '분명 무슨 의도가 있을 거야'와 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심지어 그들의 선의가 명확해졌을 때도, 나는 여전히 그들을 향한 의심의 끈을 놓지 못했다. 내가 그들을 의심했던 이유는 그들의 행동이 아니라, 나 자신의 낮은 자존감과 불신 때문이었다. 나는 그들의 친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치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나는 그들을 의심함으로써, 내가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을 멈추고, 나의 불안을 그들에게 전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니체는 이러한 의심이 '건강한 회의주의'가 아니라, 단순히 '미움을 정당화하기 위한 비겁한 수단'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의심은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왜곡하고, 타인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누군가를 향한 것이었지만, 결국 나의 정신을 편협함 속에 가두는 족쇄가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 감정이 나의 눈을 가리고 이성을 마비시키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좋아할 수 없는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를 향한 미움 때문에 진실마저 의심하게 되는 우리 자신의 나약한 마음일 것이다. 결국 우리가 품는 의심의 화살은 상대를 향하는 듯 보이지만, 종국에는 우리 자신을 향해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됨을 알아야 한다.
나는 오늘, 내가 품고 있는 의심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생각한다. 나의 의심이 나를 지키는 방패인가, 아니면 나를 가두는 감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