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72. 용기의 기원-위험을 보지 못하고 위험을 볼 수 있는 눈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평범한 사람들은 영웅처럼 용감하고 상처 입힐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반대로 영웅에게는 눈이 없는 바로 그곳, 즉 등에 유일하게 상처 입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13)
우리는 흔히 용기를 두려움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위험 앞에서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사람을 보며 ‘영웅’이라 칭송한다.
니체의 통찰은 용기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보지 못하는 자’의 용기다. 이는 마치 세상의 위험을 모르는 어린아이가 겁 없이 높은 곳에 오르는 것과 같다. 아이는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기에 두려움이 없다.
대학 시절, 나는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의 선두에 서곤 했다. 불의에 맞선다는 순수한 열정만으로 뜨거웠던 나는, 확성기를 잡고 구호를 외치며 누구보다 용감하게 행동했다. 주변 학우들은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 ‘용기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진정한 용기가 아니었다. 나는 그 행동이 가져올 진짜 위험을 전혀 보지 못했다. 시위 주동자로 낙인찍혀 학교에서 징계를 받거나, 취업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정의를 외친다는 순진한 믿음뿐이었다. 나의 용기는 위험의 무게를 알고도 감당한 것이 아니라, 그 무게를 볼 수 있는 눈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젊음의 무모함이었다.
니체는 진정한 영웅의 이면을 이야기한다. "영웅에게는 눈이 없는 바로 그곳, 즉 등에 유일하게 상처 입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이는 ‘보고도 나아가는 자’의 용기를 말한다. 진정한 영웅은 위험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눈앞의 모든 위험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실패의 가능성, 그 과정의 고통,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모두 예측한다. 그 모든 것을 알기에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간다. 이것이 바로 무지와 구별되는, 의식적인 용기다.
베테랑 소방관은 불길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건물이 언제 붕괴할지, 유독가스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 모든 위험을 알기에 그는 두렵다. 하지만 그는 그 두려움을 안고 불길 속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영웅의 용기다. 그리고 그의 가장 취약한 지점은 바로 그의 등, 즉 그가 예측하지 못한 돌발 변수다. 갑작스러운 폭발이나 예상치 못한 구조물의 붕괴 같은, 그의 시야 밖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그는 상처를 입는다. 그의 지식과 경험이 그를 용감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가 보지 못하는 단 하나의 위험이 그의 아킬레스건이 되는 것이다.
니체는 우리에게 용기의 본질을 되묻게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용기는 위험을 외면하는 무모함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두려움과 눈앞의 위험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내딛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