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의사를 만나는 법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73.의사(醫師)의 위협ㅡ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에 맞도록 태어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의사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6)


우리는 삶이 고통스럽고 병들었다고 느낄 때 ‘의사’를 찾는다. 여기서 의사는 단순히 병을 고치는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우리를 구원해 줄 책 속의 현자일 수도 있고, 성공적인 삶의 방식을 설파하는 유명 강연가일 수도 있으며, 혹은 모두가 따르는 사회적인 성공 공식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의사’가 내리는 처방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이 아포리즘은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 믿었던 처방전이 오히려 우리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맞는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뜻이다. 페니실린이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어떤 이에게는 치명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한 사람에게는 구원인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 단순한 진리를 잊고, 세상이 좋다고 하는 ‘의사’에게 맹목적으로 자신을 맡긴다는 점에 있다.


한 사이비 종교에 빠졌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삶의 공허함으로 힘들어하던 청년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된 그 종교는 모든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었고, 흔들리지 않는 삶의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교주를 자신의 영혼을 구원할 ‘의사’로 삼고, ‘기존의 낡은 인연을 끊고 공동체에 모든 것을 바치라’는 처방을 맹목적으로 따랐다. 하지만 결과는 영혼의 구원이 아닌 파멸이었다. 가족과 친구를 모두 잃었고, 학업과 미래를 위한 꿈도 포기해야 했다. 그의 고유한 개성과 비판적 사고는 사라지고, 오직 교주의 말을 맹신하는 공허한 눈빛만이 남았다. 그에게 그 ‘의사’의 처방은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약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완전히 파괴하는 맹독이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명의’라 불리는 의사들과 그들의 처방전을 선전한다. ‘명문대에 가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삶’, ‘너도나도 증권 투자에 뛰어들어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는 삶’,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소유에서 해방되는 삶’. 이 모든 것은 각자의 효능을 주장하는 강력한 처방전이다. 우리는 이 처방전들이 보장하는 ‘건강한 삶’에 현혹되어, 자신의 체질과 본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약을 삼키려 한다.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의 성공 방식을 흉내 내다 소진되고, 안정적인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모험가의 삶을 동경하다 길을 잃는다. 우리는 모두 다른 병을 앓고 있는데, 같은 약을 먹고 나으려 하는 셈이다.


니체는 외부에서 ‘명의’를 찾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이라는 환자를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어떤 환경에서 가장 나다워지는가? 나의 고유한 병명은 무엇이며, 나에게 맞는 약은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없이는, 세상의 수많은 ‘의사’들 사이를 헤매다 결국 자신에게 맞지 않는 처방으로 스스로를 해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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